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무도 모르게 혼자 울었던 적이 있나요?

당신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

김현지, <물의 잔치(The party of water)>, watercolor on paper, 35 ×49.6cm, 2008


기도로 그린 그림 이야기 제3장 <눈물 병>에서 <물의 잔치>로

[다윗의 믹담 시, 인도자를 따라 요낫 엘렘 르호김에 맞춘 노래, 다윗이 가드에서 블레셋인에게 잡힌 때에]

 나의 유리(流離)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으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내가 아뢰는 날에 내 원수가 물러가리니 하나님이 나를 도우심인 줄 아나이다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 말씀을 찬송하며 여호와를 의지하여 그 말씀을 찬송하리다 <시편 56:8-11>


 이스라엘 왕 다윗은 자신을 시기했던 왕 사울, 반역을 일으킨 아들 압살롬 등 사람을 통해 시험받았다. 원수가 도처에서 그를 노리며, 함부로 대하는 자가 많아도 오직 하나님을 의지했다고 한다. 그는 그에게 은혜를 간청했다. 성경 <시편 56:1-4>에 나오듯 다윗이 원수에게 쫓기면서 흘린 눈물을 보며, 내 삶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 쏟았던 내 눈물을 연상했다.  


 미대를 졸업하고도 내 전공을 선택하고 살릴 수 없었던 K-장녀(Korea와 장녀의 합성어)로서의 상황과 입장. 당장 생계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가르치고, 글 쓰는 직업으로 전향한 삶. 점점 내 삶은 윤택해졌지만, 처음부터 그 모든 상황이 맘에 들지는 않았다. 자신의 의지대로 원하는 삶과 꿈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젊은 날의 초상은 구슬펐다. 게다가 학비와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데 이미 모은 돈을 다 썼기에 제대로 취업 준비를 하거나, 충분히 고심하지 못하고, 바로 일정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갔기에 불만이 많았다. 하루하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일어나서 자신을 먹여 살리고, 가족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에 나갔다. 성인으로서 적어도 내 몫은 내가 해야 했으니까. 그렇다고 돈벌이를 안 하고 싶다거나, 직장이 싫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당시에는 3~6개월 만이라도 돈 걱정 없이 미술가로서 길을 닦아나가기 위해 도전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대를 졸업하고, 따끈따끈한 현역일 때, 내 재능을 어디까지 펼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던 마음 70%, 조급한 마음 30%였다. 마음야 어찌됐건 순수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 자신 역시 아이와 같은 마음을 배웠고, 즐거웠고, 사랑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 얘기는 뒤이어서 하겠다. 


 졸업 후 처음으로 선택한 직장은 NGO 단체에서 기본 급여로 일하는 예술 강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내겐 졸업 후 취업 관련해 또 다른 계획이 있었다. 작가의 길만을 위해 준비해 온 미대생의 두 번째 계획은 글쓰기 재능을 살릴 취재 기자 활동이었다. 이 또한 미술 전공을 살린 분야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었기에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다중지능 자극을 통한 창의력 계발로 유명한 놀이 프로그램 유아교육 현장에서 주임으로 일하며, 봉급을 높였다. 당시에는 당장 미술가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좌절감이 커서 직장에 감사한 마음보다는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없는 상심이 더 컸기에 매일 밤 베개를 적시며 울었다. 이때 말고도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겪었던 여러 우여곡절은 내 눈물병을 바다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수를 담는 병 정도로 만들어야 했다. 


 <물의 잔치(The party of water)>는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흘린 눈물을 형상화한다면 어떨까? 란 질문에 관한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긴 작품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눈물 병’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내 눈물을 ‘주의 병’에 담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Good Morning Bible>에서는 <시편 56:8>에서 나오는 ‘주의 병’이 고대 무덤 속에서 발견된 눈물단지라고 했다. 초상을 치르는 동안 문상 온 친척과 친구의 눈물을 담아둔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은 <Good Morning Bible>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생활 풍습 <시편 56:8> 눈물을 담는 단지가 있었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고대 무덤 속에서 발견되었던 눈물단지(lachrymatory)에 관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눈물단지는 초상을 치르는 동안 문상 온 친척들과 친구들의 눈물을 담아 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눈물단지들은 유리나 질그릇 같은 다양한 재질들로 만들어졌으며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그 단지들의 대부분은 밑 부분이 넓은 대신 목이 호리호리하고 깔때기 모양의 주둥이를 하고 있다. 모리어(Morier)는 이런 풍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페르시아는 장례식에서 사제가 손에 면 헝겊을 들고 문상 온 사람의 슬픔이 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 사람에게로 가서 떨어진 눈물들을 정성껏 닦은 후 그것들을 병에다 짜 넣고 아주 조심스럽게 보관하는 것이 상례였다. 페르시아인 중에는 백약이 무효로 끝나고 죽음의 고통이 극에 달할 때 그렇게 모인 눈물들을 죽어가는 사람의 입속에 한 방울 떨어뜨리면 그 죽어가던 사람이 소생하는 것으로 믿는 이들도 있다”(Second Journey Through Persia, p. 179).


 하지만 일부 주석가들은 이 본문에서 그와 같은 눈물단지에 얽힌 풍습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즉 히브리인들 사이에서 그런 것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기서 암시하고 있는 풍습은 귀중품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가방, 즉 작은 가죽 주머니에 넣어 두는 풍습이라고 확신한다(왕실과 개인 은행가들도 보물 창고에서 돈은 주머니에 넣어 보관했다). 그렇다면 이 말씀에 담긴 의미는, “이 눈물들을 가장 귀중한 것으로 여기고 보관하라”는 것이다. 

                                                                                                               - <Good Morning Bible> p. 841 中-


 눈물이 기도되고, 기도가 기적이 될 때, 비로소 물 잔치를 할 수 있다. 슬픔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내가 흘린 눈물. 기도하면서 물 잔치를 한 기억. 이 기도를 통해 비로소 꿈이 현실이 된다. 기적이 일어난다. 그렇게 물 잔치를 하게 되길. 내게도 당신에게도 그 시간이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도로 그린 그림 <해금강 물마루>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