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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재호 Apr 08. 2020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통해 본 요양서비스

치매환자의 관점

출처: JTBC 홈페이지


시간여행자


 주인공은 25세.


 어릴 적 우연히 바다에서 주었던 낡은 시계로 시간을 되돌리고 넘어서기도 한다. 아침에 5분 더 자기위해, 쪽지시험을 잘 보기위해 시간을 돌리던 주인공은 그 부작용을 알게 된다. 그것은 되돌린 시간만큼 본인의 시간은 가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성장에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눈에 띈 성장차이가 걱정이 되어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중·고등학교를 보내던 주인공의 인생에 큰 일이 발생한다. 택시운전을 하는 사랑하는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고를 돌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쓰지 않았던 시계를 꺼낸 주인공은 시간을 돌려 아무리 사고를 막으려 해도 계속 실패하게 되고, 결국 시계의 오작용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게 되어 갑자기 할머니로 변하게 된다.




출처: JTBC 홈페이지


 2019년 초반에 방영된 JTBC의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25세의 젊은이가 노인이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젊은이에 관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처음 이 드라마를 봤을 때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노인문제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반갑기도 했습니다. 고령화 율이 14%를 넘어서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에도 이젠 노인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들이 다양하게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구나 정도 생각하게 되었지요.

 드라마에서는 관절염으로 빠르게 걷지 못하는 할머니, 앞이 안 보이는 할아버지, 이것저것 항상 바지에 담아버리는 할아버지 등, 나이가 들어 여러 노인들과 함께하며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드라마에서는 다루고 있었습니다.




 총 12회차 드라마의 10회차가 넘어가는 시점...


 젊은이가 타임워프하여 노인이 된 설정이 갑자기 변화하게 됩니다. 주인공 25세 젊은이라는 전제는 갑자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지요. 그동안 나왔던 장면(설정)들은 치매 어르신의 관점에서 본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드라마는 치매어르신의 관점을 다양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아버지라 부르고, 며느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요양보호사로 이해하고 있고 말이지요. 손자는 오빠로 기억합니다.


출처: JTBC 홈페이지


 이 즈음에서 제 어릴 적 기억이 납니다. 


 저희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있으셨고 치매였습니다. 어머니는 농사일에 할머니까지 돌보시느라 본인의 30대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하십니다. 제 기억에 할머니는 항상 시간을 여행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은 저와 제 동생에게 “나 같은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라는 말씀도 하시고, 제가 손자인 것을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의 할머니로 돌아가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모가 집으로 오셔서 할머니와 함께 계신 모습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어머니가 할머니께 밥을 안 주신다고 할머니가 고모에게 전화를 했기 때문이었죠.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상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행동이 악의가 있어서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끔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어느 날 주인공은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며느리 참 열심히도 살았다. 
내가 무슨 복에 이런 며느리를 얻었을까 할 만큼 했어. 

넘치도록 했어. 이제 놓고 편히 살아
옹색한 살림에 다리 불편한 남편에게... 

너 빠듯하게 사는거 알면서도 나 사는거 바빠서 모른 척 했다. 
친정도 없는 널 혼자 뒀어...


 드라마의 상황과 저희집의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치매 환자를 돌봤던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의 이 대사는 마치 저희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하는 말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치매


 ‘국가치매책임제’



 2017년 우리 정부에서는 국가에서 치매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합니다. 주요 내용은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증상의 악화를 완화하고, 치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높여서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이 정든 지역에서 보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 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입니다.


 그러면 이 치매는 무엇일까요?





치매는 뇌에 어떤 원인으로 손상 혹은 위축과 같은 기질성 장애를 받게 되어 기억과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하고, 그에 따라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게 된 상태를 말합니다. 치매는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는 병 전체를 말하고 있습니다. 병명은 아니며 원인은 여러 질병에 따라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는 건망증과는 조금 다릅니다. 건망증은 경험한 것의 일부를 잊어버리지만 치매는 경함한 것을 전부 잊게 됩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됩니다. 물건의 위치 그리고 잊어버리는 것이 빈번하게 일어나지요. 식사를 했는지도 잊고, 약속을 했었다는 자체를 잊어버립니다. 불과 몇 분전의 기억도 남아있지 않고, 날짜 및 계절에 대해서도 잊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정신병성질환이며 50~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건망증을 알츠하이머형 치매 초기 증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건망증과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차이가 있습니다. 건망증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의식을 하기 어렵게 되며, 공간적이거나 위치에 대해 특히 알기 어렵게 변화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은 잘 기억하지만 최근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른 치매와 성향이 약간 다릅니다.


 혈관성치매는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으로 인해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어 발생하며 치매환자 중 1/3이 혈관성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알츠하이머는 서서히 악화되는 반면, 뇌혈관성치매는 계단과 같이 급격히 악화되며 증상의 동요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며, 갑자기 우는 등 감정컨트롤이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뇌졸중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발음장애, 얼굴이나 팔다리 마비, 삼킴곤란(연하장애), 요실금 등과 같이 뇌졸중에서 나타나는 증상도 함께 나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행동이 느려지고, 뻣뻣한 움직임, 손떨림, 종종걸음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루이소체 치매(파킨슨병 치매)가 있습니다. 루이소체가 뇌 겉면에 축적되면서 치매증상을 일으키며,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세포들이 모여 있는 중뇌에 루이소체가 축적되면 이들 세포가 죽으면서 파킨슨병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한 알코올성치매, 가역성 치매 등 치매에 걸리는 원인은 참 다양하고, 치매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 또한 참 다양합니다.




출처: JTBC 홈페이지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서,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의 치매는 알츠하이머치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뇌혈관이 쪼그라 들면서 오래전 기억은 잘 하지만 최근의 기억은 잘 못하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걸릴 수 있는 증상.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지도 모를 증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에서는 치매환자의 입장에서 주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마치 치매환자는 원래 태어날 때부터 치매환자로 태어난 것 같은 감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상태로 일을 하다보면 환자에게도, 요양보호사에게도 일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두 가지 제안(혹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치매의 종류와 특징을 이해해야 합니다. 앞서 조금만 소개를 했습니다만, 치매에 따라서 성향이 다릅니다. 오래된 기억만 할 수 있는 치매, 폭력적인 치매, 배화하는 치매 등 질환에 따라 환자의 특징은 매우 다릅니다. 환자를 능숙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합니다. 다행이 치매에 대한 정보는 각 시도에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알기 쉽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교육들이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치매를 알게 되면 치매환자를 대하는 어려움이 줄어들 것입니다.


 둘째, 환자와 만나기 전 환자의 삶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환자는 분명 기억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알츠하이머치매의 경우 그 기억이 본인의 젊은 시절로 기억이 쪼그라 들었지만 말입니다. 개인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환자가 살았던 시대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70세 환자가 20세이던 시절은 1950년대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시대입니다. 이 때의 이야기와 기억을 통해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가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정보를 보다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환자를 돌보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열쇠가 됩니다. 그 열쇠는 결국 업무의 부담을 줄이는 열쇠로 연결 될 것입니다.


 JTBC에서 방영한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치매환자를 쉽게 만날 수 있고, 가족 중 누군가도 치매로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접하게 됩니다.

 고령화가 지속되면 될수록 우리가 살아가며 치매환자를 만나는 기회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책, 드라마, 영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치매를 더 많이 이해하면 할수록 살아가며 얻게 되는 풍요로움도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개드리는 드라마는 총 12편으로 11편~12편에서 치매환자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1편부터 치매환자를 보는 관점으로 살펴본다면 좋겠습니다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 11~12편을 살펴보시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JTBC 홈페이지




 치매환자 이전에, 한 인간



 우리가 만나는 치매환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우연히 땅에서 솟아 오른 것도 아닙니다. 그와 그녀는 보통의 삶을 살아오며 우연히 우리와 인연이 닿아 만난 것입니다. 따라서 


‘한 인간의 삶’으로서 치매환자와 만나면 어떨까요. 치매환자는 행복했던 기억에서부터 불행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기억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억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니 더 무서워서 마지막 남은 기억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에는 치매환자의 삶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렴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에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오늘도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그대들과 함께하는 당신을 응원하며, 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오늘따라 돌아가신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덕분에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는 점에, 예전에 가족의 입장에서 치매 어르신을 돌보시는 모든 분들게 감사를 드립니다.




여담인데...


이 드라마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남편을 잃은 혜자를 근대사와 연계하여 설명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시계'를 장준하 선생님의 시계를 연상하게 하고, 그것을 드라마에 연계하는 장면이다.


어쩌면 혜자의 인생은 '사회적 살인'에 의해 뒤바뀌게 되는...


지금으로부터 4~50년 전, 지금의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젊은시절...

그들이 살던 사회는 그러했던 사회였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까지 있었던... 






돌봄에 대한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드라마...


눈이부시게에서는 돌봄에 대한 세대를 건너뛴 중요성에 대해 고민 해 볼수도 있습니다.


혜자의 젊은시절 아이를 돌보는 이야기가 잠깐 나옵니다.

드라마의 현 시점에서는 그 아이가 나이든 혜자를 돌보게 됩니다.



다시한번 생각합니다.


돌봄은 이미 우리가 살아오며 익숙하게 배워 온 것이며, 그것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오고 있던 문제라는 것을말이지요. 이 드라마를 통해서 돌봄에 대해, 3세대가 함께 이어지는 돌봄에 대해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것이 아니지요...




그리고 가장 추천하는 동영상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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