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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Mar 17. 2023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자식을 낳았으면 잘해주세요. 뭐든 바라지 마세요. 기대하지 말고 그냥 잘해주기만 하세요. 필요하다면 적절한 훈계도 해주시고요. 단, 자식이 이 세상을 부조리에 맞서서 잘 살고 타인과 조화롭게 더불어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요. 제발 자식한테 기대려고 하고 그게 무엇이든 얻어가려 하고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서운해하거나 분노하거나 그러지 마세요.


본인들이 낳았잖아요. 희생하고 헌신하고 사랑하면서 키웠다 해도,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자식이 감사해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당연한 의무는 아니에요.

태어나게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본인들 뜻대로 낳은 거면 제발 자식 잘 키우세요. 버리거나 학대하는 부모는 애초에 생각조차 하기 싫고요. 그런 사람들은 논외로 생각한다 하더라도 평범한 집안의 아이조차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들 적지 않아요.


경제적인 부분만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도 너무 힘들다면 자식을 당분간은 낳지 않는 게 합리적이겠죠. 하지만 경제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정서적으로 아이에게 부담을 지워주지 않고 아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대가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일이에요.

아이가 본인들을 실망시켰다고 해서 그 아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본인들이 낳았고 본인들이 키웠습니다.

성인이 된 자식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는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아이는 크면서 타인과의 불화, 비교, 열등감, 우월감, 수치심, 외로움, 모멸감, 환멸감 전부 다 느낍니다. 물론 행복감, 즐거움, 환희, 사랑, 희망도 느끼겠죠. 이게 인간의 인생이라고 본다지만 사실 전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 태어나는 게 가치가 있다기보다 그냥 이런 감정 전부 다 안 느끼고 애초에 안 태어나는 게 더 낫다는 주의거든요.


그냥 애초에 안 겪었으면 그게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모를 거잖아요. 전 그게 낫다고 봅니다. 인간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런 가치까지 인간한테 부여해야 한답니까. 어차피 한 번 태어난 이상 쉽게 죽지도 못하는데요. 이것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가지는 숙명이라 안타깝지만요.

인간에 대한 환상, 이미지를 너무 그려 넣지 마세요. 겪어봐서 다들 알잖아요. 세상에 좋은 부분도 물론 정말 많지만 아니 적더라도 그 한 두 가지의 좋은 부분을 겪었을 때 그 희열과 행복이 너무 크다는 것도 알지만, 오히려 희열과 행복이 적고 불안과 외로움이 더 많기 때문에 그 행복의 강도가 더 세게 느껴지는 거라고, 다들 알잖아요. 출산하기 전에 정말 심도 있게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를 위해서도, 본인들을 위해서도요.

저 또한 혹시 출산하고 싶어지는 때가 오면 미친 듯이 고민하고 갈등하겠지만요. 오늘 썼던 글을 반드시 기억하고 따져보려 합니다. 결국 출산을 하게 되더라도 정말 수많은 고민과 물음을 거친 뒤 하게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이런 말들은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전부 아무 생각 없이 아이를 낳는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 아닙니다. 많은 고민과 생각, 가치관의 정립을 거쳐서 아이를 낳는 부모님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육아는 숭고하고 대단한 과정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아이를 낳아놓고 적당한 선에서 자위하고 이후엔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잘하겠거니 방임하는 부모들이나, 제대로 키워주지도 못할 거면서 낳기만 하는 부모들을 좀 더 염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제발 자기들 마음대로 낳아놓고 딴 소리 할 거면 낳지 마세요... 누가 낳으랬나요... 아이들이 정말 너무 불쌍합니다. 이 거지 같은 세상 걔네는 살고 싶지도 않았다고요.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세상은 인간이 적응하기엔 너무 빠르고 복잡하고 다각화되어서 웬만한 능력으론 살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정말 고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유복하게 잘 키워도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이 세상 거지 같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 순간을 안타깝지만 부모 때문에 겪게 되는 겁니다. 태어나지 않았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그 비극을 느낄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한 건 1차적으로 부모예요. 이런 건 전부 인정하고 아이를 낳는 게 맞겠죠.


늘 하는 생각이지만 넷플릭스 '빌어먹을 세상 따위'보고 기분이 별로여서 아무렇게나 끄적여 봅니다.

잘 만든 작품이라 더 기분이 별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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