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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Apr 29. 2017

역발상 과학 (37) 재주 많은 사람이 배를 곯는다?

‘외부소리도 생생히 들을 수 있는 안전 이어폰’과 ‘몰입감을 높인 소음

‘재주 많은 사람이 배를 곯는다’라는 말이 있다. 다재다능해서 어떤 일을 하던지 잘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줍잖게 알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만큼 경쟁력은 없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몰입도가 강화된 소음제거 이어폰 ⓒ 오르페오


하지만 재주 많은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재주와 융합되면 어떤 분야든지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외부소리도 생생히 들을 수 있는 안전 이어폰’과 ‘몰입감을 높인 소음 제거 이어폰’은 모두 재주를 많이 갖고 있는 이어폰에 대한 사례들이다. 소리를 전달해 주는 도구라는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을 통해 팔방미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역발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고막이 아닌 연골을 통해 소리 전달


이어폰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스몸비(Smombie)족’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스몸비란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길을 걷는 사람을 가리킨다. 전방을 주시하지 않다 보니 차와 부딪히거나 도로에서 넘어져 각종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사고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나는 경적 소리나, 도로에 웅덩이가 있다는 주변 사람의 경고를 듣는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인 대성엠텍의 백요셉 사장은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소리를 전달하는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소리의 전달 경로는 일반적으로 고막에서 시작하여 달팽이관을 지난 다음, 청각신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리는 고막이 아니라 귓바퀴에 있는 연골을 통해서도 전달 될 수 있다.


                                                           골전도 이어폰의 원리 ⓒ 대성엠텍


이런 점을 주목한 백 사장은 연구진과 함께 외부의 소리를 연골을 통해 전달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연골로 소리를 전달하는 ‘골전도 이어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백 사장은 “우리가 개발한 이어폰은 고막이 아닌 연골을 통해 소리가 전해지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외부 소리는 귀로 들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이어폰 착용으로 생기는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안전 문제 뿐만이 아니다. 골전도 이어폰은 청력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효과가 좋다. 고막을 자극하는 이어폰의 경우, 장시간 사용하면 고막의 섬모 세포가 손상되어 난청을 유발하기 쉽지만 골전도 이어폰은 고막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난청 문제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


백 사장은 “골전도 이어폰은 음악 감상용이나 어학 공부용은 물론, 업무상 이어폰을 장시간 착용해야 하는 서비스 직군 종사자들의 청력 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개의 마이크 시스템으로 외부 소음 제거


대성엠텍이 외부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이어폰으로 사용자에게 ‘안전’을 제공하고 있다면, 오르페오사운드웍스라는 회사는 이와 반대로 조그만 소음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어폰을 통해 사용자에게 ‘몰입감’을 안겨주고 있다.


음향기기 전문 기업인 이 회사의 이어폰이 소음을 제거할 수 있는 비결은 ‘인이어(in ear) 마이크 시스템’과 ‘목소리 자동인식 기술’ 때문이다.


인이어 마이크는 기본적으로 내장된 마이크 외에 별도로 탑재된 마이크를 가리킨다. 마이크가 이어폰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외부의 소음은 모두 제거를 하고 사람의 목소리만 전달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행사장이나 클럽 등 시끄러운 곳에 통화하더라도 상대방은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또한 소리 자동인식 기술은 사람마다, 음향기기마다 소리가 다른 구조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세팅하여 상황에 맞게 소리를 제공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소음제거 이어폰의 원리 ⓒ 오르페오


소음제거 이어폰은 특히 환경소음이 많은 락콘서트장과 같은 공간에서도 최적의 음성인식율을 지원한다는 것이 개발사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 공사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그리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 등에서도 주변의 소음과 상관없이 상대방과 통화가 가능하다.


오르페오사운드웍스의 김은동 사장은 “콜센터나 콘서트장, 또는 건설현장 등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모든 산업군에 소음제거 이어폰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무엇보다 어떤 소음의 간섭 없이 음악감상을 하기를 원하는 매니아들에게 호평을 받을 제품”이라고 예상했다.


미세한 소음까지도 제거된 이어폰이어서 혹시라도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개발사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옵션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외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전용 앱이나 이어폰 버튼을 통해 실행하면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나 누가 말을 거는 소리도 다 들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기존의 커널형 이어폰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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