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스푼:저녁식사
해가 질 즈음의 시간을 참 싫어한다. 특히 해가 딱 떨어져서 급 어두워졌을 때.
낮의 끝도, 밤의 시작도 아닌 시간이 애매하기도 하고, 하루 낮의 끝이라는 그 부분이 이상하게도 지루하고 싫었다. 뭔가 끝내야 할 시점인데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그 시간엔 어디 나가고 싶지도 않았고, 어딘가 가고 싶지도 않았다.
낮이 긴 여름에는 퇴근길에 그 시간을 맞이할 수가 있는데.. 차 안에서 만나는 그 광경이, 그 시간이 너무 싫어 일부러 야근을 한 적도 많았다.
뭔가 중간에 걸쳐진 그 묘한 시점에 내가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냥 싫었다.
별걸 다 신경 쓰는 내 성격이 워낙 까탈스럽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그런 해가 질 즈음의 시간에 동네 어귀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이 동네에 이사 오고 난 후 처음으로 먹었던 식사였는데.. 벌써 1년이 다 되어서 다시 방문.
노을이 지는 시점이었다. 노을은 좋아한다. 다만 그게 끝날 시점이 싫은 것 뿐이지.
차라리 빨리 어두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는 동안 마주한 사람과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