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으로도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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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다리던 날들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내가 접은 것은 어쩌면 애타는 마음이나
조바심인지 모르겠으나
생애보다 더 긴 기다림도 있는 것이다’
- 도종환, 「생애보다 긴 기다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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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과장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기다림이 행복하다니, 말이 안 된다. 지독한 일이고 낭비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다.
마지막일지 모를 어느 날이 있었다. 그날은, 마지막이기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은 저쪽에서 점점 다가올 것이고, 이내 그 순간을 맞이할 것이고 그리고 다시, 왔던 곳으로 점점 멀어져 갈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 아직은 그 소중한 시간이 다가오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자 너무 기뻤다. 소중한 시간을 맞이할 그 순간이 여전히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 가능성의 시간들이 사라져 갈수록 더욱더 소중한 순간에 가까워진다는 사실 때문에, 설레기 시작했다. 모순이다. 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논리를 초월한다. 애초에 행복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다.
설레는 마음은 몸을 긴장시켰다. 문득 그 모습에 스스로 감탄이 나온다. 지독히도 싫어하던 기다림. 그것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다니.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하다니. 과연 그랬다. 기다리는 시간들은,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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