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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Louise Sep 28. 2016

빈티지 도시, 레스터

소어강의 길을 따라 걷는다. 몇백년이나 흘렀는지 모를 세월을 살아온 몇 둥치 두께의 나무들이 길 곳곳에서 아름드리 자태를 뽐낸다. 고즈넉한 강을 따라 걷다보니 빈티지 패션에 자전거를 탄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드몽포트 대학과 가까워지는 강가에 다다르니 백조들이 떼를 지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유유히 헤엄친다. 그 뒤로 카날 보트(강에서 집과 같이 생활이 가능한 길쭉한 모양의 배)를 손보던 어느 노인이 손을 반갑게 흔든다. 

중세시대의 이름 모를 인물이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조각으로 새겨진 고풍스러운 다리를 건너니 빅토리안 시대의 건물들이 시내까지 쭉 이어진다. 첨탑과도 같은 성당이 보이고 그 옆에 그 옛날 유명한 장미전쟁의 비운의 주인공이라 일컫는 왕, 리차드 3세 동상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작년에 이 곳에서 리차드 3세를 기리기 위해 장례식을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졌는데 영국 드라마 ‘셜록’의 히로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리차드 3세의 먼 후손으로 밝혀져 이곳에 직접 방문, 추도시를 읽었다고 들었다. 


다시 그 옆골목으로 들어서니 핸드메이드 제품을파는 아기자기한 빈티지 상점들이 행인들의 발길을 잡고 작은 공원에서는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여유롭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영국 레스터, 런던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남짓(기차 소요시간) 떨어진 소도시이다. 런던은 시끌시끌 관광지 느낌이 강한 대도시이지만, 레스터는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훨씬 더 깊이 배어있는, 말 그대로 ‘빈티지 도시’이며 이방인들이 잠시동안 정박해서 숨을 고르기에 적당한 도시이다.

이곳에 나는 두 딸아이와 드몽포트 대학교란 곳에서 디자인 석사를 공부하기 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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