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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Louise Sep 28. 2016

역사가 살아있는 작은 소도시

십수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또다른 삶을시작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이젠 10년도 훨씬 넘어버린 어학연수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붐이던 시절, 런던에 홀로 가 1년을 살아본 적이 있다. 타국에서 살던 기억이 생생하다보니 세월이 지나도 영국이라는 나라가 참 편안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40줄 되는 나이에 두 아이와 함께 또다른 타국 생활을 계획하다보니 새롭게 또다른 삶을 시작하는 도시로 좀 더 조용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없는 곳을 선택하고 싶었다. 디자인 특화 대학이 있는 도시를 몇군데 찾다보니 '레스터'란 곳이 눈에 들어왔다. 


레스터는 살인적인 물가로 이름난 런던과 1시간 20여분 거리에 있으면서 1/3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충분히 여유롭게생활할 수 있는 곳이다. 30만이 넘는 인구가 사는 레스터는 영국에서 비교적 큰 소도시로 얼마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로마 시대의 유적지가 있고, 1700년대에 지어진 빅토리안 건축물들, 2군데의 큰 종합대학과 함께 역사와 문화, 교육의 도시로도 손색이 없다. 

대학으로는 최근 비밀에 가려져 있던 리차드 3세의 유골을 발견하고 이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면서 묻혀졌던 왕가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큰 공적을 세운 '레스터 대학'과 시내 중심부와 맞닿은 디자인과 경영 특화 대학 '드몽포트 대학교'가 있으며 공원이 많은 영국답게 시내 가까운 곳에 빅토리아 파크, 에비 파크 등 아름다운 대규모 파크가 조성되어 있다. 

최근 도시 중심부에 존 루이스 백화점 등이 입점한 '하이크로스 쇼핑센터(Highcross Shopping Centre)'가 들어서면서 주말이면 거대한 유동인구가 시내로 몰려든다. 시내 중심부의 한켠에는 고급 빈티지 상품점들이 즐비하고, 다른 한켠에는 H&M, Zara를 비롯, 영국의 유명한 내셔널 브랜드들이 꽉 들어차 있어 굳이 런던에 가지 않아도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 

주말에 레스터 시민들은 축구 경기를 즐기기 위해 레스터 스태디움이나 펍에 모여든다.

레스터 시민들에게 최근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매년 마이너리그에서 못벗어나던 레스터 시티라는 이름의 축구단이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첫 리그로 진출하고 창단 13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영국 레스터 라는 지명이 꽤 유명해졌다. 레스터에 있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면 2016년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한 그 레스터 시티가 맞냐고 물어보곤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더러 생겼다. 드몽포트 대학에는 월드컵 FIFA 조직위에 도전해 볼 수 있는 FIFA 행정가 최고위 과정이 있다. 현재 얼마전 은퇴한 축구선수 박지성이 이 과정에서 수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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