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힘이다
부모가 대학원을 다닐 경우 아이가 영국의 공립학교를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것은 큰 혜택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학교 다니라는 통지서가 나오면 어려움 없이 등록했던 우리들에게 영국 공립학교에 아이들을 등록시키는 것은 일종의 도전과 모험이었다. 인터넷에도 공립학교 입학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고, 유학원에서조차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영국 현지에서도 거주하는 친척이나 지인이 없어 처음부터 하나하나 물어보며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International offfice가 있어 국제학생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온 학생의 아이들 공립학교까지 알아봐 주지는 않는다. 드몽포트 대학의 경우 일본, 한국, 대만의 학생들을 관리해 주던 담당 사무원이 있었는데 아이들 공립학교 정보를 얻기 위해 레스터에 있는 한국인 교회에 연락을 취해보길 권했다. 외국은 한국인 소사이어티가 대부분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이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이라는 소용돌이를 떠나 한적한 영국의 소도시로 떠나온 이상 또 다른 한국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우선 한국에서 영국의 공립학교에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영국 현지에 집주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구하고 대학원 등록을 하고 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아이들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레스터에서 아이를 키워봤음직한 집주인(Landlord), 강의를 듣는 디자인 이노베이션 학과 대학 교수들에게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드몽포트 대학 주변에서 가장 괜찮은 평판의 공립학교는 리처드 3세 공립학교였다. 하지만 이 학교가 워낙 괜찮은 학교여서인지 대기자 리스트에 올리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자리가 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영국에 온 이상 아이들은 반드시 빠른 시일 내 공립학교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3세 공립학교 외에 어떤 학교가 있는지 인터넷을 통해 검색했다. 집을 구할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롸잇 무브 닷컴(rightmove.co.uk)에서는 구하고자 하는 집 위치 등을 연동되어 있는 구글맵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놨는데 신기하게도 주변 공립학교들이 알아보기 쉽게 같이 표시돼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지도에 나와있는 주변 학교를 리스트업 해본 후 학교를 클릭했을 때 자동적으로 뜨는 학교 정보와 성적을 조회했다. 영국은 모든 학교들을 평가한 적나라한 성적표를 '옵스테드(Ofsted)[1]' 홈페이지에 올린다. 이 성적이 부동산 맵에서도 같이 연동된다. 영국 학교들은 성적이 잘 나온 'Outstanding school'이나 'Good school'의 경우 학교 건물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최고의 학교임을 홍보한다.
언뜻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에서 학교마다 점수를 매겨 서열을 매긴다는 것이 학교별 경쟁을 조장하거나 학부모와 학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학교별 성적이 없는 우리나라에서조차 학교별 성적을 매긴다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영국 일반 서민들에게서 아이 학업을 위해 좋은 학교 근처로 이사 간다거나 사교육 등이 횡행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영국이 학교별 성적을 매기는 옵스테드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이들 교육 환경이 좀 더 나을 수 있게 학교장, 선생, 학부모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은 학교를 보내고 싶은 중산층 이상 부모들, 일부 가문과 학벌을 중요시하는 일부 귀족층은 1년에 몇천만 원에서 1억 남짓 하는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우스운 사실은 영국인들이 사는 도시의 '아웃 스커트(Outskirt)' 지역이 오히려 학교의 평가나 아이들의 학업능력이 떨어지고 인도, 독일, 아시아 인종의 아이들을 주로 보내는 학교의 성적은 'Outstanding'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장과 선생들은 상상도 못 할 노력을 기울인다. 대부분의 영국 학교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며, 학력,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길러내는 데 역점을 두는가 하면, 열심히 학교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지급되는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 온 이상 좀 더 좋은 교육을 접하고자 집과 가까운 학교, 그중 좋은 학교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보자. 집에서 먼 곳에 평가가 좋은 학교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 근처에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 또는 좋은 학교 근처에 산다고 하더라도 대기자 리스트가 많은 학교는 리처드 3세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들어가기 어렵다. 우선 옵스테드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보내고 싶은 학교 3-4군데를 추려놓도록 한다. 시간이 있다면 학교들을 방문해 주변 환경과 학교 시설,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을 직접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교 입학 신청은 시청에서 한다. 시청에 직접 가서 Primary School 신청서를 직접 작성하는데 신청서에는 아이 이름과 생년월일, 거주지, 희망 학교 3군데 정도 기재하게 되어 있다.
신청서에 희망하는 3 학교를 순위별로 작성하도록 한다. 신청을 완료하면 시청은 신청한 3군데의 학교에 신규 학생 입학을 요청하는 레터를 보내게 되는데 각 학교에서 자리가 있을 경우 집 주소로 직접 편지를 보내준다. 편지를 받게 되기까지 약 1-2주 정도 소요된다. 그런 다음 학교들을 방문해 보고 마음에 드는 학교에 등록해 다니면 된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 학교에서 편지가 안 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신청한 학교에 자리가 없어서인데 그럴 경우 시청에 다시 한번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문의하면 담당자가 직접 학교에 전화를 걸어 알아봐 주기도 하고 자리가 있는 다른 학교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우리가 신청했던 1순위, 2순위 학교는 자리가 나지 않았고 Slater Primary School에 Year 5(5학년) 자리 하나가 비어 있어 큰 아이만 등록할 수 있었다. 둘째는 Year 1(1학년)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같은 학교에 자리가 없어 Mellor Primary School이라는 비교적 먼 거리의 학교를 다니다 나중에 전학시켜야 했다.
이렇게 아이가 두 명 이상일 경우, 같은 학교에 다니면 금상첨화겠지만 자리가 없어 따로 떨어져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두 아이를 함께 등하교시키기가 쉽지 않은데 시청에서는 학교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는 '스쿨 어필(School Appeal)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으니 만약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바로 스쿨 어필 제도를 신청해 놓도록 한다. 스쿨 어필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운이 좋게도 당당하게 스쿨 어필에 성공하여 둘째를 큰아이 학교로 전학시킬 수 있었다. 스쿨 어필 과정은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놓기로 한다.
* 아이 학교 등록하기
- 시청 가기 전 집 주변 학교 검색(rightmove.com)
- 시청에 가서 Primary School 신청서 작성하기
- 신청한 학교에서 오는 입학 허가 편지 기다리기
- 입학 허가를 받은 학교 둘러보고 결정하기
직접 부딪히며 다니게 된 공립학교. 학교를 알아보는 기간이 길어져 10월 중순에서야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었다. 한국에서라면 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10월이라는 시기였고, 아직 집에서 인터넷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두 아이들은 보름 정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주변 산책을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하며 다니는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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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Ofsted;Office for Standardsin Education(교육 표준 행정청) : 옵스테드는 영국의 교육 감사기관으로 전국의 학교를 평가한 후 학교별 리포트를 인터넷에 올린다. 교사 수준, 학생 수준, 학교 환경, 성적 등을 중심으로 각 평가 항목을 최고(Outstanding), 좋음(Good), 만족(Satisfactory) 등으로 매겨 평가를 한다. 옵스테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영국 내 학교의 모든 성적표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