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형준 Dec 03. 2018

London, 런던, London!

is calling you

도착! 런던


유럽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영국이었다. 영국의 수도 런던을 관광했다. 런던 하면 그려지는 그림이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우중충한 거리, 우산을 든 신사 그리고 2층 버스. 런던 공항에 도착해 전철에 올라탔을 때, 런던의 모습은 상상 속의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날씨는 약간 쌀쌀했지만 포근했고, 분위기도 그랬다.


숙소는 앨리펀트 앤 캐슬Elephant and Castle역 근처에 있었다. 역 주변은 런던스럽지 않은 조용한 동네였다. 그도 그럴 것이 템즈강 북쪽의 주요 시내와는 한참 떨어진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떨어져 있는 만큼 주요 관광지를 도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조용하고, 숙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었다.


앨리펀트 앤 캐슬 역에 내리니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포근했던 날씨도 해가 지니 조금 쌀쌀해졌다.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산한 런던 남쪽 동네의 거리를 걸으니 약간은 무서웠다.


트라팔가 광장은 런던 시민의 안식처 같은 느낌이다


숙소에 서둘러 도착한 후 짐을 내려놓고는 바로 트라팔가Trafalgar 광장으로 향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트라팔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런던의 밤도 우리나라의 밤만큼 밝았다.


트라팔가 광장의 밤은 한강 공원이나 홍대 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나와서 책을 읽거나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가볍게 맥주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광장 주변에서 버스커들이 잔잔하게 BGM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눈과 귀가 심심할 겨를이 없다.


어두워서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카메라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큰 부담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광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었다. 내셔널 갤러리 앞 보도블록은 한 블록의 면적이 전지 크기만큼 커서, 거리의 예술가들에게는 캔버스 같이 쓰이는 듯했다. 주제와 형식이 다양해서, 사람 얼굴이나 동물을 그려 넣기도 하고 장문의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사람이 지나다녀야 할 블록에 작품이 그려져 있으니, 어딜 밟고 지나가야 할지 난감했다.


런던 산책


광장을 빠져나와 템즈Thames강 방향 2층 버스에 올라탔다. 템즈 강은 런던의 중심이자 런던의 동맥이자 런던의 젖줄이다. 산업 혁명을 가까이서 지켜보다가 한없이 더러워진 수질은 우리나라의 한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로 둘러싸인 한강과는 다르게 새소리와 음악소리만 들리는 템즈강의 저녁은 고요했다.


템즈강에서 바라본 런던의 밤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템즈강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길게 펼쳐져 있다. 산책로의 폭은 넓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통행이 잦아서, 트라팔가 광장에서 본 것보다 훨씬 많은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푸드트럭과 같은 길거리 음식점이 즐비해,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언제 어디서든 배를 채울 수 있다. 솔직히 맛은 보장 못하겠다.


산책로를 따라 런던아이로 향하는 길,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게 됐다. 시선이 집중된 곳은 다름 아닌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청년들이 모인 공원이었다. 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미국 도시의 다운타운에서나 볼 법한 그라피티나 스케이드보드 공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라피티로 멋을 낸 공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런던의 저녁은 꽤 포근했다. 템즈강 주변으로 바람이 불었고 날씨도 조금 쌀쌀했지만 분위기에 쌓여 잠시 추위를 잊었다. 물론 유럽이라는 장소의 특수함이 만들어 낸 일종의 최면 효과 일지도 모르지만. 쨍하지 않고 눈부심이 덜한 가로등이 은은하게 거리를 밝혀,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 속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착한 날이 평일이었음에도 산책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퇴근 시간에 가족, 연인, 친구들과 같이 산책로를 걸으며 여유롭게 평일을 즐기는 모습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에 지쳐 바로 집으로 들어가 쉴 법 하지만, 퇴근 시간에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요거트를 파는 2층 버스(?)가 내뿜는 빛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지만 눈으로 직접 본 것만 못하다


많은 사람들로 오고 가는 산책로에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로 즐비하다. 놀이동산에서나 볼 법한 회전목마나 기타 하나로 노래 솜씨를 뽐내는 버스커, 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 등 다양한 노점들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다.


런던의 빛, 런던의 밤


거리의 노점은 다양한 빛을 내뿜었다. 눈에 강하게 들어오지 않을 만큼만 번지는 빛은 잔잔하게 거리에 내려앉았다. 런던 거리의 가로등은 백열등 전구처럼 따뜻하게 빛났다. 분위기를 헤치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빛은 런던의 풍경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었다.


아버지가 아이를 품에 안고 말에 올라탄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나 흔한 광경인가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보고 있다가 별안간 가족 생각이 났다. 유럽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회전목마는 가족들이 즐겨 찾는 작은 놀이공원이기도 하다. 회전목마가 산책로 한복판에 놓여있는 모습은 흔한 광경은 아니었지만,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으며 돌아가는 모습이 꽤 잘 어울렸다.


국회의사당까지 걸어가고 나니 공사 중인 빅벤의 모습이 보였다. '공사 중인 줄 알았더라면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산책로를 걷진 않았을 텐데 후회하며 돌아서려던 찰나, 빨간빛을 내뿜는 런던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회전목마만큼이나 뜬금없는 모양새의 런던아이는 이미 런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 그래서일까, 그냥 봐도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런던아이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도시 한복판에 떡하니 놓인 관람차, 런던아이


런던의 밤은 경계 없이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조명은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만큼이나 밤이 밝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가 농담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지하철은 일찍 끊기지만 24시간 운행하는 2층 버스가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고 계속 걸어 다녔다. 오히려 다리가 아파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었다.


런던에 오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2층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TV에서나 보던 2층 버스에 올라타 런던의 저녁 풍경을 바라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진을 찍으려는데 혹여 앞사람이 뒤를 돌아볼까 노심초사했지만, 걱정과는 달리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 가는 길 2층 버스에 올라타 런던의 밤 풍경을 감상했다


기대했던 첫 유럽의 밤은 이렇게 흘러갔다. 잠들기 아쉬워 하루 종일 촬영한 사진을 편집하고 틈틈이 창 밖을 바라보며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