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을 바라보며
내 마음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 텅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 사랑할 만한 것이라면 무엇에든 빠져들었고 아파야만 한다면 기꺼이 아파했으며 이 생에서 다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 텅 빈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그건 슬픈 말이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면서 나는 내가 도넛과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다. 빵집 아들로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깨달음이었다. 나는 도넛으로 태어났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_김연수,『청춘의 문장들』
어느 산모가 아기를 낳고 건강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서 CT를 찍어봤는데 잠시 후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농담도 나눌 정도였지만 30분 있다가 그 산모가 사망을 했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의사로서 그게 얼마나 괴로운지 몰라요. 저는 빚을 갚자고 생각했어요.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더 살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을 했죠. 그렇지만 잊히진 않아요. 제가 죽을 때까지 기억에 안고 가야죠. _산부인과 의사 전종관
실은 전, 말기 암 환자의 가족이었어요. 제가 의과대학에 들어가고 2년 차 되었을 때, 저희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셨지만 재발하셔서 마지막 한 달간 정말 고생하시다 돌아가셨거든요. 저는 그때 철이 없었죠. 투병하시던 2년의 시간이 기억나지 않아요.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느꼈던 마음이 진료 현장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어하실 때 진통제 하나 못 드렸던 게 저는 너무 속상해요. 그래서 회진을 돌다가 환자가 밤새 고통으로 힘들었다고 하면 어머니가 생각나면서 감정 이입이 돼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며 진료를 하다 보니, 암이 우리의 생명을 끊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 속에 추억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것들은 교과서에 없는 내용이잖아요. 이건 어머니가 저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라고 생각해요. _간담췌외과 의사 강창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