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보다 더 린하게 서비스 검증하기
회식장소를 알아볼 때,
소개팅/데이트 장소를 알아볼 때,
급하게 외지에서 중요한 만남이 있을 때
이럴 때마다 저는 고통받았습니다. 인스타, 블로그에서 검색하면 광고 많이 하는 음식점만 보이고, 망고플레이트, 식신, 포잉 같은 서비스는 검색하기 불편했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맛집을 잘 아는 지인한테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위 2 질문에 yes라고 할 수 있으면, 맛집 추천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맛집 추천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를 검증하고자 지인들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4월 2일 모두가 퇴근한 어두운 저녁,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해 4명이 모였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목표는 맛집 추천의 *POC였습니다. IT 프로젝트를 론칭할 때 *MVP는 이미 일반적입니다. 우리 팀은 빠른 서비스 증명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최소 기능을 설정하여 POC를 진행하였습니다.
*POC : 개념 증명, Proof of Concept
*MVP : 최소 기능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미국의 맛집 정보 서비스 옐프, 트립어드바이져, 일본의 맛집 정보 서비스, 타베로그, 레티, 구루나비, 홋토페파, 한국의 망고플레이트, 식신, 포잉 등등 유명한 맛집 서비스의 BM은 음식점으로부터 광고료를 받는 모델이었습니다. 생각을 전환하여, 맛집 콘텐츠로 고객에게 직접 유료결제를 받는 것이 가능한지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검증 기준 : 론칭 후 한 달 내 유료회원 100명
몇 년 전만 해도, 트래픽을 모으면 매출은 생긴다라는 관점으로 서비스들이 태어나고 운영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서비스 론칭하자마자 수익이 생기는 서비스들이 많아졌습니다. 본 프로젝트도 트래픽 사이즈와 무관하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검증 기준 : 수익 > 지출
고객의 성향이나 모임의 성격을 텍스트로만 전달받아, 상황에 맞는 맛집 추천이 가능한지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고객이 직접 검색하거나, 혹은 폼 형태로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1:1 대화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고 추천하는 서비스를 생각했습니다.
검증 목표 : 후기와, 리텐셜 (정량적보단 정성적 평가. 평가기준 수립 중)
광고 없이, 상황에 맞게 1:1 대화로 맛집을 추천하는 서비스
표현하자면, "맛집 컨시어지 서비스"
POC, 서비스 검증을 위해 빠른 오픈을 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을 줄여야 했습니다. 팀원 4명은 직장이 있고, 퇴근한 뒤 혹은 주말에만 작업 가능했습니다. 더욱 더 일을 줄이는게 중요했습니다. 먼저 일을 줄이는 것에 대해 기준을 세웠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최소의 일만 하되 하기로 정하면 제대로 하자였습니다.
작업이 필요한 스코프(scope)를 최소화한다.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퀄리티는 포기하지 않는다.
빠른 오픈을 하기 위해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등 최소한의 기능도 개발하지 않고 필요한 업무를 극도로 최소화했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3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비스 소개를 위해 싱글 페이지 웹페이지 개발
대화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활용
결제는 간편 결제 혹은 계좌이체
기준
1. 서비스명과 서비스 내용과 관계가 있을 것
2. 도메인이 쉬울 것
3. 외우기 쉽고 발음이 편할 것
다른 서비스명를 참고해보거나, 색깔, 동물, 외국어, 합성어로 브레인 스토밍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기준 1에서 탈락하였습니다. 기준 1을 위해 서비스 추천 내용인 밥면빵으로 서비스 명을 정했습니다. 도메인을 위해 밥면빵을 영문화했습니다. 밥(rice), 면(noodle), 빵(bread)의 머리글자 두 글자씩 따서, rinobr 으로 영문화했습니다. 다행히 닷컴을 포함하여 도메인을 살 수 있었습니다. rinobr을 리노블로 발음을 하기 외우기도 쉽고, 발음이 편했습니다. 어감까지 좋아서 더욱더 만족스러웠습니다.
서비스명은 밥면빵
사이트는 rinobr.com
상호는 리노블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4명으로 팀빌딩 하였습니다.
PM(프로젝트 매니저) 1명, 개발자 1명, 디자이너 1명, 맛집 코디네이터 1명
PM은 개발자 백그라운드로 서비스 그로스 업무를 오래 했습니다. 두 번의 창업 경험을 살려, 개발/디자인/운영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담당했습니다. 사업자등록부터, 각종 트래킹 툴(GA, 페이스북 픽셀) 설정, 팀빌딩, PM업무, 서비스 정책, 약관 작성, 마케팅 준비 등을 진행했습니다.
개발자는 경험 많은 풀스택개발자로 모바일/데스크톱 웹 프론트 개발, 백엔드 서버 개발, 서버 설정, 데이터베이스 구축, 운영을 위한 어드민 페이지 개발까지, 개발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담당했습니다. poc임에도 불구하고 확장성 있게 개발 구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디자이너는 로고와 사이트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실제로 담당한 스펙트럼은 제일 넓었습니다. 전문 기획자가 없는 상황에서 기획의 디테일부터, 1인 개발자의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퍼블리싱 일부 부분까지 하는 *개자이너로서의 능력도 보여주었습니다.
*개발자 + 디자이너, 본인은 코자이너라고 주장합니다. (코딩 + 디자이너)
맛집 코디네이터는 업으로써 맛집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바쁜 날은 하루에 10군데 이상의 음식점을 돌아다니면서, 먹고 분석하고 리뷰하였습니다. 수년간 쌓은 경험으로 서울 대부분의 음식점에 대해 hand-experience가 있었습니다. 서비스 브랜드 고민, 기획, 음식점 디비 구축까지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모든 것을 담당해주었습니다.
4월 2일에 처음 킥오프를 하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면서, 한 달안에 빠르게 준비하여 POC를 해보자.
4월 29일 론칭이라는 참 허무맹랑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극히 당연히도 킥오프 직후 바로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고 2주 동안 서비스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개발, QA 후 당초 목표보다 딱 2주 연기된 5월 15일에 오픈하였습니다.
처음 합을 맞춰보는 팀으로, 한 달안에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개발할 부분을 최소화한다고 한들, 고객만족을 위해서 고민해야 되는 수준은 동일했습니다. 고객 접점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 모두 파악이 안 된 채로 프로젝트가 착수가 되어, 중간에 새로운 디자인 요소, 개발 요소가 계속 생겼습니다. 팀원들이 퇴근 후에 밤 10시 이후, 주말에만 작업을 할 수 있었기에, 한 달이라는 프로젝트 기간도 사실 근무일수로는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poc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밀도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브랜드를 고민해준 맛집 코디네이터 덕분에 프로젝트 초기보다 론칭 때 서비스가 더 매력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프로젝트 초기에, 주변 지인들에게 서비스 내용을 이야기했을 때는 돈 낼 가치가 없다는 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만족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몇 주 고민을 하였습니다. 고민이 어느 정도 진척된 뒤, 지인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할 때는 더 비싸게 받아도 된다는 코멘트까지 들을 정도로 서비스 매력이 좋아졌습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찾기 어려운, 그리고 잘 정리된 맛집 콘텐츠로 제공하겠다.
현재는 아래와 같아졌습니다. 고객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쪽으로 고민한 결과입니다.
맛집을 검색하는 시간(20분)을 맛집을 물어보는 시간 (1분)으로 시간을 아껴주자.
맛집을 가게 되면 적게는 4~5만 원, 단체로 가게 되면 20~30만 원 이상도 쉽게 지출한다. 이 큰 비용의 실패 확률을 줄여주자.
전문 기획자가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서비스 오픈을 해야 하다 보니 모두가 기획역량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PM과 맛집 코디네이터가 최소한의 화면 기획을 하고, 개발팀(디자이너+개발자)이 개발을 하였습니다. 부족하다 부족한 화면 기획서의 많은 부분을 개발팀의 협업으로 채웠습니다. 고객을 생각할 줄 아는 개발팀은 상상보다 더 멋진 팀이었습니다. 고민이 덜 되어 비어있는 기획적 요소들을 개발팀에서 빠르게 채워 넣어서 사이트는 기획보다 더 멋진 퀄리티로 완성되었습니다.
poc의 2번 목표 때문에 개발환경에 돈을 거의 쓸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부분을 무료로 좋은 개발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개발자는 두 번의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때문에 생긴 업무의 양을 디자이너가 직접 css를 만지면서 완벽한 팀워크를 이뤄냈습니다.
광고 없는 맛집 컨시어지 서비스, 밥면빵이 킥오프 이후 총 6주 만에 5월 15일에 론칭하였습니다. 론칭 기념 100명 한정 특별 가격제로 오픈하였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빨라서 계획해둔 마케팅을 실행하지 않고, 일부 커뮤니티에만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신기한 서비스다.
필요했던 서비스다.
디자인이 이쁘다.
모두 너무 감사했던 반응이었습니다.
어떻게 추천 받을지 방법을 모르겠다.
결제가 불편하다.
앞으로 개선을 위한 아주 많이 소중한 피드백도 들었습니다.
서비스 오픈 30분 만에 첫 고객이 신청해주셨습니다.
서비스 오픈 2일 만에 60명이 신청해주셨습니다.
2-3명 중에 1명은 지인이 아닌 분들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당초에 생각했던 한 달간 100명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고객이 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기한 서비스라며 바이럴을 해주었습니다. 빠르게 고객이 늘면서 한 달 100명을 목표로 준비했던 맛집 컨시어지 대응력이 부족해졌습니다. 고객에게 최대한 빠르게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지만, 약속했던 24시간 내 추천을 겨우 달성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POC 1번 목표는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POC 2번 목표를 위해서 법적으로 꼭 필요한 금액 몇만 원 외에는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초반의 빠른 반응 덕분에 론칭 하루 만에 poc 목표 2는 달성되었습니다.
POC 3번 목표인 고객만족은 빠르게 고객분들이 모이면서 오히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현시점에서는 무리하게 급하게 유료회원을 늘리는 것보다, 이미 신청해주신 고객분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빠르고 정확한 추천을 하기 위해서, 단일 시간 내 최대 고객 수용력을 높이는 것이 프로젝트의 다음 목표가 되었습니다.
MVP보다도 더 빠르게, POC로 서비스 가능성에 대해 검증했습니다. 아직 론칭 초반이지만 잘 검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이지만, 협업이 잘 되고 일의 기준이 높은 팀과 과업 완수 경험, 성공경험을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게다가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좋았습니다. 벌써부터 추천받은 음식점을 다녀온 분이 만족스러운 추천을 받았다는 후기를 주셔서,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 간 이미 약속드린 서비스의 퀄리티보다 더 높은 퀄리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력을 높이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한 달 동안 운영력에 집중한 뒤, 마이페이지, 결제 등 필요한 최소 기능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광고 없는 맛집 컨시어지가 궁금하다면 한 번 들어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