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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ug 16. 2024

공원이라는 키워드

뉴욕 체류기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작성한 ‘첫 미국 여행, 뉴욕 체류 75일’은 뉴욕에서 무엇이 인상적이었고, 왜 그랬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생각과 깨달음을 얻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가진 매력보다는 그저 첫 미국 여행지로서의 뉴욕에만 집중해 기록해 두었죠. 항상 아쉬움이 남는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펜을 들어 보려고 합니다.


뉴욕 체류기의 몇 가지 키워드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생각나는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합니다. 그중 첫 번째 키워드는 ‘공원’입니다. 아래는 공원을 주제로 한 이야기의 초안입니다.


이 이야기는 현재 연재 중인 ‘작은 사치’에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에 함께 싣고자 합니다.


++++


뉴욕에서도 사람들은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것이다. 그 무게를 잠시나마 벗어던지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장과 집 사이, 혹은 가까운 곳에 나뭇잎이 하늘을 가리는 벤치가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면 말이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머리를 비우고, 익숙해지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그 공간에 녹아들면서 말이다. 때로는 화창한 봄 햇살 아래에서도 좋았을 것이다. 카페에서 커피 값을 내지 않고도, 백화점 앞 벤치에서 느낄 수 있는 시선의 부담 없이, 그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무관심이 허용되는 공원, 그것이 바로 키워드다. 복잡하지 않지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공원이 부러웠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의 12년 동안, 소풍과 현장 학습을 어린이 대공원에서 보냈다. 그 넓은 잔디에 앉아 있거나 뛰어놀았지만, 일상의 무게를 벗어던질 수는 없었다. 단지, 그랬던 이유로 뉴욕의 공원 있음이 부러웠다.


3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나는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볼,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혹시라도 그렇게 하면 급여가 끊겨, 삶이 이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걸까?


뉴욕에서 돌아와 맞이한 첫 휴일, 올림픽 공원을 찾았다. 센트럴 파크의 잔디밭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국내에서 그런 시간을 갖기 어려웠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특별한 순간을 보내려 한 것이 아니었다. 색색의 자리와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만, 내가 바란 것은 그저 일상의 어느 순간에도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별한 경험보다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성과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순간이 필요했다. 그저 일상을 돌아보거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2005년 New York, 배옵 Gabriel’s Oboe The Impact of Choice
2005년 New York, 배옵 Gabriel’s Oboe The Impact of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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