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공황장애에게 말을 건다.
"왜... 내가 이런 겁니까."
어느 날부터 할아버지는 스스로가 이상해졌다고 말을 했다. 일의 특성상 혼자 일을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고 주말부부로 살게 된 지 어언 50년에 가까워지던 날이었다.
처음에는 겨울이니 우울증이 있나보다 싶은 정도였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난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할아버지의 증상은 날로 심해졌다.
어느 날은 불안하다고 했고, 어느 날은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일을 하는 곳 근처에 있는 정신과에 가서 홀로 상담을 받았다. 의사들은 정확한 병명을 말해주지 않았고 약간의 약을 처방했다.
가족들에게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한 날로부터 일주일이 되지 않아 할아버지는 우리가 없는 그 작은 도시에서 숨이 안 쉬어져서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검사를 하다가 증상은 사라졌다.
숨이 안 쉬어져서 두 번째로 응급실을 가려던 밤, 할아버지는 또 코로나 검사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고 거부했다. 이후 옆 도시에 거주하던 삼촌이 할아버지를 데리고 서울로 왔다.
다음 날 친척분의 도움으로 대형 종합병원에 가서 온몸을 검사했다. 이상이 없었다.
같은 날 받게 된 정신과 진료에는 삼촌이 함께 있었다. 삼촌은 할아버지가 안절부절 못하고 돌아다니며 고개를 숙이며 울었다고 했다.
"제가 왜 이런 겁니까..."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일을 하러 갈 수 없었다. 50년의 근무는 강제 종료였다.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된걸까.
더 이상 그에게 '왜'가 중요하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