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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Feb 05. 2019

<나 혼자 산다>: 대배우 이시언의 앞날을 응원하며

<나 혼자 산다> 이사 에피소드를 보고

나는  <나 혼자 산다>에 처음 이시언 씨가 등장했던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드라마 'W'에서의 '수봉이' 역할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그는 당시 안경을 쓴 정갈한 모습으로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다소 어색하리만큼 예의를 차리던 그의 모습은 오늘날 다른 출연자들과 티격태격 거리며 남다른 캐미를 보여주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그가 처음으로 공개했었던 집의 모습도 기억한다. 곰돌이 윌슨 앞에서 그의 주택청약이 당첨된 것을 자랑하며 행복해하던 모습도. 그는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서부터 들게 된 주택청약에 당첨이 되어 새로 이사를 가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는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아파트 공사 현장을 꼭꼭 찾아가고는 한다면서 그의 새집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여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마치 <트루먼쇼>를 보듯 상도동에서 그의 생활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그가 어떻게 배우 남궁민을 초대해 사투리 수업을 하고, 윤현민의 강아지들을 맡아주고, 아는 친구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는지를 지켜봐 왔다. 그렇게 그는 이제 우리에게 '수봉이'라는 배역보다도 '대배우'라는 수식으로, <나 혼자 산다>의 든든한 '얼장'이자 맏형 '1얼'로 더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일주일 전 <나 혼자 산다> 방송분에서 주택청약 아파트로 새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정신없이 널브러진 수많은 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까지는 <나 혼자 산다> 방송에 나오던 다른 많은 이사 장면과 별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그 모든 짐들을 다 실어 나르고 난 뒤 텅 빈 집을 바라보는 이시언 씨의 모습은 후련하기 이전에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정든 집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는 듯 손을 흔들던 이내 거실로 돌아와 오랜 친구의 등을 토닥여주듯이 그의 집을 애정 어린 손길로 어루만진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집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잘 되게 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마지막으로 상도동 집을 떠나오던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6년 동안 상도동 집에서 생활하면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집을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울먹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는 끝끝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나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이 그 장면에서 그를 따라서 같이 눈물을 터뜨렸다고 했다. 아마 그런 그의 모습 속에서 저마다 다른 자신들의 경험을 대입해 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 경우에는 어린 시절부터 십여 년간을 생활해온 집을 떠났을 때의 기억이었다. 서울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게 즐겁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사를 가는 일이 꼭 사람하고 이별하는 과정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집을 떠나보내면서도, 결국은 그 집이 없는 풍경에 금세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시간은 그 어떤 이별도 무뎌지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별이 쉽게 익숙해지지만도 않는 것도 같다. 유학 생활 중 한국에 종종 돌아와 방학을 보내는 나만 해도 그렇다. 제아무리 집에서의 생활이 싫증이 나더라도, 미국행 비행기를 타러 갈 때면 이상하게도 매번 눈물이 글썽글썽해진다. 미국에서의 생활이 제 아무리 즐겁다고 해도, 한동안은 내가 볼 수 없을 가족들의 모습이, 그리고 내가 놓치게 될 서울의 시간이 결코 아무렇지 않은 게 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이 주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이별은 여전히 이별이니까.


오래 살던 집을 떠나보내는 일이 슬픈 건, 그게 그 정든 집과의 시간과 추억까지 같이 떠나보내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집 문 밖을 마지막으로 나가고 나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지나간 시간으로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이별이 언제쯤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이시언 씨는 인터뷰에서 집에서 있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잘된 일들이 더 많았던 것만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잘 돼서 집을 버리고 떠나는 것만 같아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성실하게 달려온 그의 삶의 흔적을 떠나보내는 일은 더더욱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그간의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하는 그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그가 새로운 집에서는 더 많이 행복할 수 있기를. 나는 배우 이시언 이전에 인간 이보연 씨의 미래를 그렇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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