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열정을 담아온 일에 '안녕'을 고하기란 쉽지 않다
필요한가 보다.면접들이 늘 그렇듯이 간략한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는 이력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력서에 대해 쭉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걸 "Walk me through your resume"라고 한다고 들었다. 그걸 해본 셈인데, 한때는 현재였던 이야기를 다시 되짚어서 지난 이야기처럼 하려니 생경했다. 새로운 시작을 하려면 이전의 여정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내가 시간을 담아온 일에 '안녕'을 고하는 일이 여전히 다소 쓰라리고 슬프다. 그 일이 제 아무리 고되고 힘들었어도 지난 일이 되어 버리면 금방 미화되고 그리워진다. 내가 더 이상 학교에 앉아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었을 때에도, 매일 같이 출근하는 월요일과 잠시 헤어지게 되었을 때에도, 지겨운 입시를 끝내고 책을 후련하게 버려버릴 수 있었을 때에도 이상한 아쉬움과 슬픔이 뒤따랐다. 유학 생활 중 한국에서의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기를 시작하러 비행기를 타러 갈 때에도 늘 그랬다. 이렇게 많은 안녕을 고했으면 이별이 좀 쉬워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시작이 있을 줄을 알면서도 안녕을 고하는 일은 늘 어렵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어려워져만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또 한 차례 내 인생의 한 챕터가 이렇게 또 끝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면 눈물을 참기가 쉽지 않다. 쿨하게 안녕을 고하는 일이 더 멋있어 보이지만 참 실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그렇게 쿨하게 돌아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쏟은 시간들에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력서에 두세 줄로, 아니 어쩌면 아예 적히게 되지도 않을지 모르는 소소한 일들마저도 그저 소소하다고 넘기고 싶지 않다. 나는 나만 아는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기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절에 걸맞은 애도를 다해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과거와 뜨겁게 "안녕"을 고할 수 있어야 다시 새로운 "안녕"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진정으로 헤어지지 않고서는 새로운 인연을 마음의 방에 들여놓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를 넘길 것을 마음 한 편으로 기대하며, 그 다음 면접을 보러 가는 일을 두근거림일지 두려움일지 모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