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사소의 곁 25화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by FONDOF

2023년 여름, 아파트 단지 내








모기인지 뭔지 날벌레떼가 극성이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에 새까만,

그런데 도통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생긴 벌레는 본 적이 없어서

뭐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는.


모기라기엔 좀 크고 두껍고

그렇다면 산모기인가? 그것도 아닌 거 같다.

단순 날벌레라기엔

날아다니는 모양새가 좀 더 위협적이고 생김새도 혐오스럽다.


한낮에는 잘 안 보이다가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지면 무더기로 보이는데

걷다가 눈이나 코에라도 들어갈세라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저녁에 잠깐 편의점을 다녀오려고 나설 때에도

길을 돌아가야 하나, 저 쪽으로 가면 좀 없으려나-

신경이 쓰일 정도이니

일상 속에 제법 깊이 침투해 있다.


벌레라면 치를 떠는 나로서는

곤혹스러운 나날이었다.






그날도 짧은 산책을 할까 싶어

아이와 남편과 아파트 단지를 거닐고 있었다.



"관리소에서 약을 좀 치든지 어쩌든지 해서 쫓아버렸으면 좋겠다, 어떻게 안되나?"



우리 곁을 지나는 중년의 부부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한 손으로는 코와 입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허공을 휘저으며 아내가 말했다.


남편은

"글쎄, 얘네가 요즘에 생긴 애들 같은데.. 경기도권에 최근에 생겼다는 기사가 있던데.."

라고 답했다.

어디서 봤는지 관련 기사에 대한 기억만 더듬는 남편,

슬리퍼를 찍 찍 끌며 핸드폰을 보며 걷는다.

푸르스름한 핸드폰 불빛에 눈을 살짝 찌푸린다.



"아니, 얘네가 뭔지 그게 뭔 상관이야. 어찌 됐든 이것들 좀 어떻게 처리해달라 해야지."


아내는

어떤 경로로 관리소에 이걸 알리지? 전화해볼까? 여보 번호 있어?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 기세였다.


이에 남편은

"...응 근데 관리소도 딱히 별 수가 없을 거야."

라고 응수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흘끔,

남편이라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왜 별 수가 없어? 해충제를 치든지 하면 되지! 이거 이러고 어떻게 살아?"

아내의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묻어난다.



"해충제가 얼마나 안 좋은데. 그게 벌레보다 사람한테 더 안 좋아."

남편은 보편적이고도 일반적인

해충제의 해로움을 근거 삼아 반박한다.




주제가 자꾸 튀는 대화,

설전을 위한 설전.




그러는 사이 나의 남편과 아이는

어느 새 저만치 앞장 서가고 있다.


나도 한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허공을 휘두르며

이 부부로부터 멀어졌다.



벌레들은 이 순간에도 활개를 치고 있다.









#주제는_벌레

#여자는박멸을희망했고

#남자는정체가궁금했다

#여자는방법을고민했고

#남자는해결을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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