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은 어디에 살아? 여기에 같이 있어? 아니면 한국?”
독일에 살면서 현지인들에게 의외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그렇지, 나처럼 혼자 나와 사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지.’ 혼자 나와 사는 게 당연했던 내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던 질문이었지만, 해외에 나와 사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가족이 다 함께 가는 사람들도 있고, 기러기 아빠처럼 나뉘어서 가는 사람들이 있고, 연인과 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 나처럼 홀로 혈혈단신으로 나온 사람들도 있고, 형제가 각자의 이유로 같은 나라에 살거나 아니면 가까운 다른 나라에 사는 케이스들도 본 적이 있다. 애초에 우리 집은 해외에 나가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나뿐이라 가족이 함께 나와 있는다는 것 자체가 좀 신기했다. 먼 친척들을 제외하면 외국에 사는 사람은 나 하나라서 사실 이렇게 나와 살게 된 게 스스로 생각해도 좀 신기하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서 연인들이 함께 살거나 가족들이 같이 사는 집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었다. 말 통하고 마음 통하는 내 사람들과 같이 살면 이 낯선 땅에서 서로 큰 의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도 마음 한편으로는 ‘나도 언젠가 여기서 좋은 사람을 만나 같이 살게 되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도 품었었는데, 어쩐지 그런 일이 아직까지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요즘 갑자기 떠오른 초민감자(Highly sensitive person)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 그리고 내가 그런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 애초에 나는 혼자 지내는 게 편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후로는 그런 마음이 덜 하다. 그래도 멀리 떠나온 가족이 그리운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봄날 아침에는 아빠가 보낸 벚꽃길 영상을 보다 울었다. 시차 때문에 아침이 돼서야 한국 낮시간에 오고 간 카톡을 확인하는 게 아침 루틴 중 하나다. 여기저기 여행 다니기 좋아하시는 아빠가 사진이나 영상을 카톡방에 올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영상이 유난히 내 눈물샘을 터뜨렸던 건 영상 속에 담긴 아빠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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