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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무란 Nov 19. 2020

코로나 결혼 후 알게된 사실 :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

[코로나 새댁의 코로나 블루 극복기 ①] '2020 신혼'들에게 위로를

9월 어느날, 2.5단계 코로나 방역을 뚫고 결혼에 골인했다. 


유부녀 반열에 오른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결혼을 미루지 않았어?'였다. 사정은 이렇다. 


상반기 꽤 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을 연기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2.5단계 방역이 강화됐던 9월 10월에 몰렸다. 다들 코로나가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은 몰랐던 거다. 이런 커플들이 꽤 많다. 이 중 60~70%는 그대로 결혼을 진행했다. 또 결혼을 연기하자니 마음 졸여 못하겠고, 언제 코로나가 재확산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결혼연기 0회차' 예비신부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웨딩카페를 들어가보면 '또 결혼을 연기해야하나요?'라는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인생에 딱 한번인,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우울증 비슷한게 찾아온 것이다. 나는 매일밤 웨딩카페 실시간 댓글을 보면서 다이어트 대신 맥주와 엽기떡볶이를 먹었다. 하객들로 꽉 차야할 웨딩홀이 텅텅 비고, 우리 부모님조차 마스크를 쓴 채 내 결혼식을 바라봐야한다는 상상만해도 눈물이 왈칵했다. 수많은 하객들 축하를 받으면 화려하게 식을 올리겠다는 내 꿈이 산산조각난 듯했다. 


이렇게 힘든 상황이 되니 자그만 일에도 감사하게 됐다. 2.5단계 격상되자마자 정말 많은 분들이 전화와 문자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왔다. 2달뒤 아들을 장가보내는 모 대표님도 직접 전화와서 조언을 해주셨고, 몇몇 지인들은 비대면 생중계 결혼식을 열어서 더욱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자며 괜찮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셨다. 따뜻한 마음들이 힘을 나를 복돋아줬다. 덕분에 마음을 다 잡고 결혼준비를 잘 마칠 수있었던 것같다.

감사한일 많았던 결혼식 당일 

결혼식장에서도 감사한 일이 많았다. 사진작가, 플래너, 헤어메이크업 스텝분들 등 모두 신랑신부를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배려해주셨다. '사진 장수 생각하지 말고 원하는 포즈 구도 모두 다 찍어드릴테니 걱정 절대 마세요'라고 해주신 사진작가님들, '오늘 비도 안오는 게 길일인 것같다'라고 북돋아주신 헤어메이크업 실장님들. 무엇보다 예상치 않게 식장으로 직접 찾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올린 결혼식이였다면 무감각하게 느꼈을 일들. 감사했다.


'언니! 결혼하면 정말 속이 시원해. 곧 공감하게 될꺼야.' 한주 뒤에 결혼하는 언니에게 보낸 메시지다. 결혼을 마치니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이제 더이상 코로나 걱정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다. 코로나로 '청첩장을 주는 것이 괜한 실례일까' 괜스레 주변 눈치를 보는 일도 없었다. '마스크를 챙겨 가야할까' 매일 바뀌는 정부 지침을 확인할 일도 없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일만 남았으니까.


결혼식은 말 그래도 형식일 뿐, 정말 중요한 것은 결혼 이후의 삶인 것같다. 실제 결혼식 시간은 20분. 예비신부 시절엔 이 찬란한 순간을 위해 온 신경을 쏟았다. 막상 결혼하고 이런 고민이 사라지니, '진짜 고민'이 들이닥친다. 부동산 현실적인 문제부터, 여성직장인으로 출산을 준비하는 일까지. 코로나 결혼식은 정말 티끌같은 고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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