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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무란 Oct 07. 2021

임산부 직장인의 딜레마

[코로나 새댁의 코로나 블루 극복기⑥] 임산부로 직장에서 살아남기 

"임신도 했는데 무리하지 않아도 돼."

임신 후 직장 풍경이 달라졌다. 타고난 일복 덕분에 일이 끊이지 않았었는데, 임신을 하자 들어오는 업무가 평소보다 줄어 들었다. 업무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였다.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마음은 불안해져갔다. 팀내에서 팀장 다음으로 주요 업무를 맡아왔다. 열심히 일해왔는데, 임신과 함께 갑자기 뒤로 밀려버린 뒷방늙은이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동안 팀내에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나름 계획했던 일도 모두 틀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코로나도 한몫했다. 업무 특성상 미팅이 많았지만 알게 모르게 제외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임산부가 덜컥 확진이라도 되면 회사도 부담이었기 때문이었다. 


뱃속 아이때문이라도 회의나 업무에서 제외되는 건 '엄마로서' 감사한 일이었지만, '직장인'으로서는 사내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일이다.

배부른 생각이었을까. 돌연 죄책감도 든다. 아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엄마가, 사내 경쟁에서 조금 밀려난다고 아쉬워해야하는 이 마음이 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 육아 선배'인 친구 가영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 그런 마음 자연스러운거야, 버텨야지"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가영이. "어느새 '아이도 있는데, 엄마인데.' 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더니, 업무에서 밀리기 시작했지"라며 나를 위로했다. 그가 지금 있는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이 된다.


엄마이기 전에 내이름 석자 걸고 살았던 인생이 그렇게 쉽게 놓아질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없는 것. 현실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쉬어가는 시간이라며 내 마음을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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