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향 Jul 14. 2022

제 마지막 숨이 당신 사랑이기를

- - 대전교구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2.

"지금 길을 떠나는 저희를 돌보시고

안전하게 지켜 주시어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심을 깨닫게 하시고

길에서 얻는 기쁨과 어려움을

이웃과 함께 나누게 하시며... "

    - 순례를 시작하는 기도 중에서




길벗 가브리엘과 대전교구 3번째 순례길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순례 때는 꼭 성지 한 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이 좋아 

이번에도 충남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에서 아침 미사를 드리는 것으로

둘째 날 순례를 시작하였다. 

갈매못 순교성지에서의 감동은 따로 한 편의 글로 기록하고자 했으나 다 담아내질 못한 것 같다. 


https://brunch.co.kr/@ns1014/101


갈매못에서 미사를 드리고 도착한 

충남 청양군 다락골성지 주차장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

소화 데레사 수녀님이 다가와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셨다. 

그리고는 소성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뭔가 여느 성당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제대 앞에 유리창이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흔히 제대 중앙에 모셔져 있는 십자가도 보이지 않았다.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 자세히 보니

그분은 창 밖에 계셨다. 

다락방에 모여 앉아 두려움이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며 찾아오신 그분의 모습이다. 

다락골성지 창밖에 찾아오신 예수님이라니..




수녀님께서 팸플릿 안에 작은 사진을 가리키시며 

대성당에 모셔져 있는 십자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팔 없는 예수님상'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꽉 막히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온 이유를...

수녀님은 등을 두드려 주시며

성지에 와서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 것도 큰 은총이라 말씀하셨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폐허가 된 독일의 한 성당에서 발견된

십자고상 모습이란다.

십자가는 

고통이며 사랑이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팔이 필요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들의 팔을 통해 

모든 인류가 사랑을 베풀기를 원하십니다.

당신의 팔을 빌려주십시오."


무명순교자 십자가상과 줄무덤(줄무덤 사진은 성지 홈페이지에서)

다락골 성지에는 박해 때 순교한 무명 순교자들의  줄무덤이 있다. 

한 봉분 안에 여러 사람을 줄지어 함께 묻었다 하여 줄무덤이라 한다.  

무명 순교자 십자가 앞에서 그들의 기도 소리를 듣는다.


"주님, 제 마지막 말이 주님이게 하소서. 

제 마지막 숨이 당신 사랑이게 하소서."



다락골을 나오는 길에

새터 성지를 들렀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생가이다. 

김대건 신부님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님이신 

토마스 신부님의 부모님은 박해 시절 두 분 다 순교하셨다. 

성인 최경환 프란치스코와 복자 이성례 마리아, 그리고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기억하며  

그곳에 성가정 성당이 조그마하게 지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주저 없이 흙벽돌 한 장 보태는 마음으로 땅 1평을 샀다(?).

성가정 성당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다시 한번 이곳을 찾으리라 기약하며.

                        

                             

마지막 순례지인 '수리치골 성모성지'에서 내 영원한 길벗 가브리엘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자비를 잊지 마소서.
우리 눈이 모두 당신의 자비에 쏠려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희망이 당신의 자비 안에 있습니다”             

- 최양업 신부의 열아홉 번째 편지 中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것을 가진 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