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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Jul 12. 2022

모든 것을 가진 자

 - 대전교구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1.

지난 주말

순례길 길벗, 가브리엘과 대전교구 3번째 순례길에 올랐다.

다른 지역보다 성지가 많은 곳이라 이번에도 천천히 몇 곳만 다녀오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껴두기로 했다.




첫날 첫 번째 순례지인 충남 금산 진산 성지는 첫인상부터 탄식이 새어 나왔다.

1927년에 세워졌다는 성당의 이곳저곳 낡은 모습에서

할퀴고 간 세월의 흔적이 아프게 느껴졌다.




움푹움푹 파인 나무기둥이 핍박받는 순교자의 모습 같아

자꾸만 성호를 긋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의 순교지에서

순교자의 신앙을, 목숨으로 지켜낸 그 신앙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다음 순례지 갈매못 순교성지에서 순례자 미사를 드렸다.

어쩌다 보니 안내대로 맨 앞자리 중간에 앉게 되었는데 나중에 돌이켜 보니

이것 역시 은총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진정한 네 이웃이 누구인지,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라는 강론 말씀, 영성체...


  

영성체 후에 신부님께서 무더위에 성지를 찾아준 순례객들에게 주시는 선물이라 하시며

자작곡 성가 한 곡을 불러 주셨다.

왜 눈물이 난 걸까? 우리는...

눈가가 촉촉이 젖은 가브리엘은 떨리는 손으로 급히 폰을 꺼내 영상을 담아보려 애썼다.

노래를 부르시면서 신부님은 눈물을 훔치는 우리에게 따뜻하게 눈을 맞춰 주시며 미소를 보내주셨다.



신부님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신부님께서는 제대 앞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벽을 열어주셨다.

수난의 시대에 붉은 피로 신앙을 지킨 다섯 순교자를 의미하는 듯한

검은 숲 속에, 우뚝 선 다섯 개의 붉은 십자가가 새겨진 벽이 열렸다.  



그곳엔

생각지도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바다였다. 

벽이 열린다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십자고상 뒤로 바다가 펼쳐지다니.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저 바닷가 모래사장이 세 분의 프랑스 신부님과 두 분의 평신도가

참수당한 순교터라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이 먹먹함.




신부님께서 순례자들에게 갈매못 순교성지에서

이 말 한마디만은 기억해 달라고 하셨다.


1866년 3월 성금요일에 이곳 모래사장에서 순교하기까지

21년 동안 조선에서 가장 오래 선교하신 

다블뤼 주교님이 남긴 말씀이다.  


"예수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다."



                 AMEN


<2편으로 이어집니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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