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지막 숨이 당신 사랑이기를

- - 대전교구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2.

by 서향

"지금 길을 떠나는 저희를 돌보시고

안전하게 지켜 주시어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심을 깨닫게 하시고

길에서 얻는 기쁨과 어려움을

이웃과 함께 나누게 하시며... "

- 순례를 시작하는 기도 중에서




길벗 가브리엘과 대전교구 3번째 순례길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순례 때는 꼭 성지 한 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이 좋아

이번에도 충남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에서 아침 미사를 드리는 것으로

둘째 날 순례를 시작하였다.

갈매못 순교성지에서의 감동은 따로 한 편의 글로 기록하고자 했으나 다 담아내질 못한 것 같다.


https://brunch.co.kr/@ns1014/101


갈매못에서 미사를 드리고 도착한

충남 청양군 다락골성지 주차장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

소화 데레사 수녀님이 다가와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셨다.

그리고는 소성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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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여느 성당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제대 앞에 유리창이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흔히 제대 중앙에 모셔져 있는 십자가도 보이지 않았다.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 자세히 보니

그분은 창 밖에 계셨다.

다락방에 모여 앉아 두려움이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며 찾아오신 그분의 모습이다.

다락골성지 창밖에 찾아오신 예수님이라니..




수녀님께서 팸플릿 안에 작은 사진을 가리키시며

대성당에 모셔져 있는 십자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팔 없는 예수님상'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꽉 막히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온 이유를...

수녀님은 등을 두드려 주시며

성지에 와서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 것도 큰 은총이라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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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폐허가 된 독일의 한 성당에서 발견된

십자고상 모습이란다.

십자가는

고통이며 사랑이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팔이 필요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들의 팔을 통해

모든 인류가 사랑을 베풀기를 원하십니다.

당신의 팔을 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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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순교자 십자가상과 줄무덤(줄무덤 사진은 성지 홈페이지에서)

다락골 성지에는 박해 때 순교한 무명 순교자들의 줄무덤이 있다.

한 봉분 안에 여러 사람을 줄지어 함께 묻었다 하여 줄무덤이라 한다.

무명 순교자 십자가 앞에서 그들의 기도 소리를 듣는다.


"주님, 제 마지막 말이 주님이게 하소서.

제 마지막 숨이 당신 사랑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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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골을 나오는 길에

새터 성지를 들렀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생가이다.

김대건 신부님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님이신

토마스 신부님의 부모님은 박해 시절 두 분 다 순교하셨다.

성인 최경환 프란치스코와 복자 이성례 마리아, 그리고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기억하며

그곳에 성가정 성당이 조그마하게 지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주저 없이 흙벽돌 한 장 보태는 마음으로 땅 1평을 샀다(?).

성가정 성당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다시 한번 이곳을 찾으리라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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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례지인 '수리치골 성모성지'에서 내 영원한 길벗 가브리엘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자비를 잊지 마소서.
우리 눈이 모두 당신의 자비에 쏠려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희망이 당신의 자비 안에 있습니다”

- 최양업 신부의 열아홉 번째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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