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향 Oct 05. 2022

십자가에서 오른손을 내리신 예수

- 청도 성모솔숲마을의 '위로의 십자고상' 이야기

<사진 출처: 굿뉴스 자료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멜리데'라는 작은 성당에 있는 십자가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주시고 계십니다.

이 십자가에 얽힌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신자가 죄를 짓고 고해성사를 보았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은 죄를 짓고 신부님을 찾아왔답니다.

여러 차례 같은 일이 되풀이되자 신부님께서는 그가 진정으로 회개하는 것 같지 않아 더 이상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못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십자가에 계시던 예수님께서 오른손을 내밀어 주시며
“내가 용서했다. 그를 위해 피를 흘린 것은 네가 아니다.”

하셨다지요.


그 멜리데의 십자가가 우리 가까이 와있습니다.


청도 성모솔숲마을에 새로 세워진 위로의 십자고상입니다.

우리 죄를 용서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

우리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

그분이 말씀하십니다.

“두려워마라 내 의로운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주리라." (이사야 41,10)



십자가의 한쪽에 올려진 주님의 왼손도 여느 십자고상과는 달라 보입니다.

솔숲마을에 계신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니

누군가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이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의지로 '기꺼이' 십자가를 지신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하십니다.  


그 앞에 성모님이 굳건한 믿음의 바위에 걸터앉아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다.

순종과 온전한 봉헌의 마음으로 성모님은 맨발이십니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탈출기 3,5)

탈출기의 말씀처럼 신을 벗고 계십니다.


주님 가까이 머물기 위하여,

그 거룩함에 다가서기 위하여

과거의 걸어온 궤적을 모두 벗고

성모님의 옆자리에 앉아 기도하고 싶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찬 바람이 불면

누군가가 성모님의 맨발에 따뜻한 털신을 신겨드리고

목도리에, 모자까지 등장하는 건 아닐지 하시며 웃으십니다.


마음이 따뜻하게 설렙니다.

우리를 위해 내밀어 주시는 위로의 그 손을 자주 잡으러 가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갠지스 강가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