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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24. 2022

덧셈보다는 나눗셈

 - 공생의 가치

시골 텃밭에 이것저것 심어 주위에 나눠먹기를 좋아하는 넷째언니가  지난가을

가족 대화방에 올린 사진이다.   




엉망이 된 배추밭 사진 아래 언니는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하고 말을 남겼다.  

이모티콘 하나 섞이지 않은 말이었지만 착하디 착한 언니의 해맑은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말썽꾸러기 거위들을 원망하는 말투가 아니다.      

예상대로 언니는 “맛있는 거는 알아가지고” 하더니   

그래도 사람 먹을 건 남겨놨다며 오히려 감사해하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 아래에 큰언니는 한 수를 더 떠,    

사람도 먹고 거위도 먹고 나눠 먹으면 좋지 않냐고 거든다.  




통합 생태론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강의를 들으며  

언니 생각이 나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하나 사용하는 것으로 환경을 충분히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온 나와는 달리 언니는 제대로 폭넓은 관계 맺기를 하며 온전히 생태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단순히   

‘아이고, 저걸 어째? 쯧쯧. 저놈의 거위들을 가둬 두든지 하지. 울언니 헛고생했네.’ 했을 텐데   

강의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 등 다양한 피조물들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가치에 대해 공부하던 중이라 좀 다르게 와닿았다.    

저 배추도, 거위들도 사람의 필요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물들이 아니라      

하나의 동그라미 속에 공생하는 생명체임을 인정하는 대화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래알과 촛불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어리석은 자만심과 우월의식에 빠져 있는지를 성찰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모래알보다도 많은 별들이 펼쳐진 이 넓은 우주에서 작디작은 지구별 한 귀퉁이에 살면서    

모두가 똑같은 피조물임을 잊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나만 편하게, 온통 나를 중심으로    

교만하게 살아왔음을 돌아보게 했다.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었음에도 다 내 것인 양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영이와 떠난 두번째 라오스여행에서 미얀마 '죠'아저씨와 용왕님 아들 하나를 찜으로~



오래전 '라오스'라는 나라의 매력에 빠져 세 번이나 연거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기엔 그들의 삶이 한없이 부족하여 눈물 나게 가엾고 불쌍해 보였지만,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넘치게 욕심내며 가져보지 않았기에 부족함을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콩강에 용왕님 아들 같은 커다란 물고기가 넘쳐나도 두 마리를 잡지 않는다.    

왜? 한 마리만 있으면 오늘 하루 우리 가족 먹거리로 충분하니까.       




강의 중에 신부님께서 일러주신 생태적 절제를 해보려 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욕심을 내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나면 충분할 일도 두 개, 아니 세 개를 가지고 싶어 했고,    

세 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를 나누는 일에 인색했다.   


덧셈이 아닌 뺄셈,

나눗셈이 필요한 때이다.


    - 작은 나눔에도 감사해하시며 축복을 기원해 주신 라오스 방비엥의 아잉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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