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지방의 대결!
오늘은 한식과 미국 음식에 대해 비교를 해 볼까 한다. 영양학자가 아닌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식이 확실히 미국 음식보다는 건강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1) 일단 1인분의 양이 한식이 훨씬 적고
(2) 한식은 자연스럽게 채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고
(3) 한국에서는 디저트를 매 식사마다 먹지 않고
(4) 한식엔 튀김 요리가 많지 않고
(5) 버터나 치즈를 쓰는 한식이 없기 때문이다.
동맥경화에 걸릴 거 같은 무시무시한 미국 음식들이 많다. 고기에다가 햄을 감싸고 베이컨을 감싸고 또 치즈를 감싸고, 그 위에 또 고기, 햄, 베이컨, 치즈의 반복! 게다가 팬에 버터칠을 듬뿍 하고 굽는다. 그럼요 버터 또 한 스틱 들어가야죠. 게다가 이런 음식과 콜라 쭈왑쭈왑. 분명히 맛있는 거 + 맛있는 건데 너무 지나쳐서 그런지 오히려 입맛이 떨어지는 그런 미국 음식들이 있다. 게다가 가끔 지나치게 짠 것도 함정.
미국 레서피를 보면 버터와 치즈는 매우 빈번히 나온다. 오죽하면 "필수"를 뜻하는 말이 bread and butter (빵과 버터)다. 그만큼 버터가 일상적으로 많이 쓰인다. 거의 우리가 김치 먹듯이 여기서는 버터를 먹는 듯하다. 치즈도 둘째가라면 서운하다. 미국에 와서 제일 맛있었던 피자는 quattro formaggi cheese 피자였다. 이건 말 그대로 치즈 4종류가 올라간 피자인데 개존맛이다. 휴우~ 내가 유당불내증이 아닌 게 얼마나 행복하던지. 우리나라 식탁에서 치즈를 먹는다 하면 앙팡 슬라이스 치즈 한 장 정도를 먹는 거였는데, 미국에 오니 웬만한 음식에는 치즈가 또 다 들어가더라.
물론 이런 걸 매일 먹는 건 아니지만, 평소 양도 많고 짜고 기름기 좔좔 혹은 지방이 꽉 들어찬 음식을 아무래도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 와서 최고 몸무게 갱신! 한국에서 자란 나는 살이 안 찌는 줄 체질인 줄 알았다. 미국에 온 지 10년 째인데, 요즘 한국에만 가면 살이 쪽쪽 빠져서 온다. 이게 정말 먹는 거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에서는 대중교통 타고 다니느라 빨빨거리고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플러스 한국 우리 집에서는 일단 육식을 거의 안 한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저녁을 먹고 간 적이 있는데, 친구가 진심 "토끼 반찬이야?" 했다. 우리 집 식사에는 보통 밥, 국, 김치, 생 당근, 생 오이, 생 파프리카, 깻잎 절임 요정도?
어쨌든 비교하면 한식은 미국 음식에 비해서 지방이 현저히 적다. 게다가 한식엔 튀김 요리도 그닥 많지 않다. 요즘엔 치킨 이런 것들이 한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보통 가정집 식사를 생각해보면 튀김 한식이 드물다. 웬만한 요리가 아니고서야 기름, 버터, 치즈 같은 지방 덩어리가 한식에 뭉텅뭉텅 들어가는 경우가 없다. 뭐 뉴스에서 한식엔 나트륨이 많아서 딱히 건강하지 않다고 했지만 미국 음식도 만만치 않게 짜기 때문에, 비교하자면 한식이 덜 건강하다고 칠 수 없다. 그래서 난 한식은 이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또 디저트 문화! 미국에서는 점심과 저녁 이후에 꼭 후식으로 달디 단 디저트를 먹는다. 학교에서 세미나를 하면 점심을 주는데, 1인분이 한 상자에 담겨온다. 상자를 열면 샌드위치가 있고 그 외에 꼬오오오옥 있는 것이 바로 쿠키나 브라우니나 컵케이크가 있다. 디저트가 점심때에도 꼭 들어간다. 간혹 감자칩도 들어있다. 또 우리 시댁 (미국 중부에 아주 전형적인 백인 가족)에 가면 점심 먹고 쿠키, 케이크, 아이스크림 중 1개를 꼭 먹는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또 달다구리한 케이크, 초콜렛, 쿠키 등등을 먹는다. 그래서 시댁에 갔다 오면 약간 고래가 되어 돌아오는 느낌... 게다가 또 얼마나 달게요? 약간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맛없지만 무지막지하게 달달한 디저트가 많다. 참고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그렇게 맛있는 치즈케잌 팩토리에서 파는 치즈케이크가 한 조각에 1200 칼로리가 넘는다는 거! 뙇... 레알? 처음에는 치즈케이크 한판에 1200 칼로리겠지 했는데... 그럴 리가 있나! 한 조각에 지방만 거의 100그램이 되고 설탕양도 100그램이나 된다.
웬만한 미국 디저트는 너무 달아서 사실 맛이 없다. 특히 슈퍼마켓에서 파는 케이크나 쿠키는 그냥 설탕 덩어리를 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 단 음식은 단 맛 외에 좀 더 다각적인 맛이 나는 반면에, 미국 디저트는 단단단단단단 맛만 난다. 그래서 뭔가 좀 깊이가 없고 맛이 없다. 물론 맛있는 것도 많음... 그래서 남편이 알려준 건데 내가 "오 이 디저트는 덜 달아서 좋다"라는 말을 하면, 그게 내가 미국 디저트를 먹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런 듯?
반면 우리는 후식으로 과일을 주로 먹는다. 아니면 아예 안 먹거나. 이 얼마나 건강한 식습관인가! 심지어 외식을 해도 후식으로 과일이 대부분 나오고, 과일이 아니라면 수정과, 식혜, 오미자차 같은 거 한 잔이면 끝난다. 한식은 정말 위대합니다...!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걱정이 된다면 미국에서 10년 정도 살아보세요. 살이 찝니다.
그러다 코로나 시기에 언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 생애 다시없을 한식대첩을 벌였었다. 집에서 고기 육수를 내고 동치미를 만들어서 직접 냉면 육수를 만드는 정도였으니! 암튼 한식을 자주 하다 보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한식 메인 요리는 왜 이렇게 달아?" 오잉 그러고 보니 불고기, 제육볶음, 닭볶음탕, 찜닭, 갈비찜, 떡볶이 등 웬만한 한식 메인 요리에는 설탕, 매실액, 물엿 등 당이 꼭 들어간다. 물론 안 들어가도 되지만 그러면 맛이 없음... 그러고 보니 미국 메인 음식은 짠 (savory) 음식만 있지만, 한식 메인 메인 요리는 단짠단짠 (sweet and savory)인 경우가 많다.
미국 음식에서 짠맛과 단 맛은 철저하게 분리된다. 단 맛은 디저트에 몰빵!을 해서 에피타이져나 메인 요리에는 단 맛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짠 (savory)한 맛이다. 유일하게 "달아도 되는 (sweet)" 요리는 디저트뿐이다. 그래서 당을 디저트에 몰빵해서, 그렇게 달디 단 디저트가 나오는 걸까? 암튼 식전 빵, 샐러드, 메인 요리, 곁들이는 사이드 요리 모두에 단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고, 실제로 레서피에도 설탕을 요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신 설탕은 몽땅 디저트로...
반대로 우리나라 음식은 단짠단짠이 한 음식에 담겨 있다. 집에서 김밥을 마는 데, 단촛물을 만들어서 넣었더니 남편이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밥에 설탕을 넣은 거야? 김밥은 건강한 줄 알았는데"라고 했다. 심지어 겉절이 하는 데도 설탕이 들어가더라? 설탕을 안 넣었더니 맛이 없었음ㅠㅠ 박막례 할머니 간장비빔국수도 설탕 안 넣으니 맛이 없어서 결국 넣었다. 불고기에도 들어가고, 제육볶음 할 때도 들어가고, 김치찌개가 너무 시고 맛이 없으면 또 들어가고. 갈비찜이나 LA 갈비 할 때도 왕창 들어간다. 꼭 설탕이 아니더라도 사과나 배를 갈아 넣거나 매실액을 넣는 식으로 당이 첨가되는 요리가 많다.
이런 음식 문화의 다른 점을 발견하고 나니, 남편이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미국인 입장에서 볼 때, 한식은 안 달아야 하는 메인 요리는 달게, 달아야 하는 디저트는 덜 달게 만든다고.
아무리 설탕을 친다해도, 분명한 건 한식이 훨씬 건강하다. 아마 한식으로 한 끼에 먹는 총 설탕양이, 미국 디저트로 나오는 쿠키에 들어간 설탕양보다 적을 거 같다. 그리고 한식에는 확실히 채소가 많다. 일단 반찬 중에 채소 베이스 반찬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각종 나물 무침, 도토리 묵, 더덕무침, 갖은 종류의 김치, 쌈채소, 생마늘, 구운 마늘 등등. 벌써 반찬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