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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라KAYLA Nov 05. 2019

몰핀맞고 한 결혼 그리고...

프랑스에서 결혼하기_본식편 _무려 2년 전 이야기 + 오늘....

2017년5월20일 토요일 오후 2시40분. 우리의 결혼식이 잡혔다. 

시청 앞 게시판에 2주간 공고문을 부쳐놓았고, 지역신문에도 공고를 올렸다(모두 무료).

이로써 모든 것이 잘 끝나가나보다 했는데....결혼식 당일 새벽3시,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로 출동.

자는동안 허리가 아파서 몸을 어느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몸을 내 맘대로 못움직인다는 사실에 서럽고 무서워서 울고, 다리는 고주파 전기치료 받는 것마냥 너무 저리고 아프고...신랑이 아무리 마사지를해도 통증이 가라앉질 않는다. 


새벽3시 부랴부랴 강아지를 데리고(혼자 두면 또 막 울어재낄테고, 그럼 소음민원 들어갈테니 병원에 데리고 가기로 함. 사실 무슨 정신으로 개까지 챙겼는지 모름) 잠옷차림으로 응급실로 향했다. '샬롱쉭손중앙병원' 응급실에 도착. 금요일 밤 동네에 큰 교통사고가 있었으므로 무려 5시간은 기다려야한다고함. 일단 알겠다고하고 진통제먹으며서 기다리기 시작->신랑은 결혼식 당일날 이게 뭐냐면서, 하소연->응급실에서 "신혼부부 우대"로 안쪽 병실로 이동시켜줌->이때가 4시쯤(?) 이후 4시간을 더 병실에서 그냥 누워만 있음->8시경 드디어 닥터등장->S자로 완전히 휘어버린 내 허리를 보더니, 이건 수술해야한다함. 근데 여기서 수술은 안 됨. 따로 허리닥터를 만나보라함(류마톨로그 닥터)->"그래도 오늘 결혼식인데,웃으면서 시청에 가야되지않겠니? 몰핀 놔줄게, 괜찮아질거야. 대신 토할 수 있으니까 집에서 푹 쉬다가 결혼하길 바라!" 

참으로 친절한 의사. 수술해야된다는 말에 나는 또 왜이리 겁이나고 서럽던지...


드디어 오후 2시. 증인 서주기로 한 친구들이 도착. 몰핀뽕의 효과인지 잘 차려입고 혼자 화장하고 머리도 직접했다. 부랴부랴 시청에 도착, 시청 2층 진실의 방(Salle de honneur)으로 안내해주셔서 문 열고 들어가는데...


OH MY GOD!!!

완전 옛날 느낌에 거짓말 조금 보태면 베르사유 느낌이라고 할까? 약간 로코코느낌이 좀 낫고, 빨간 의자에 옛날 수제유리창 그리고 큰 거울까지. 천장과 벽 마감이 1800년대 느낌이었다. 얼른 사진으로 남기고 

동생한테 페이스타임을 걸었다. 동생은 전화를 받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그걸 보는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났다. 

결혼 하는 것 행복한데 타지에서 내 식구 한 명 없이 결혼하려니까 서럽더라...그래도 증인서주는 친구가 있어서 많은 위로와 힘이 됐다! 


원래대로라면 14:40에 시작해야되는 결혼식인데 시청직원 차량에 문제가 생겨서 약간 대기를 하게되었고 15시가 조금 넘어서야 결혼식이 시작됐다. 우선 젊은 시장님이 우리의 결혼을 축하한다고 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선 두명의 남녀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언제나 서로를 사랑할 것이며, 특히 아프거나 불행이 닥쳐왔을 때 서로 의지하며 보듬어주는게 부부라고 생각하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울러 오늘의 이 서약에 동의합니까? 


"네"

'이미 전 아프고요....아픈 제 옆에 신랑이 있었고요...앞으로도 있어줄 것이도 저도 신랑이 아플 때 곁에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결혼증명서에 서명한 뒤 '시청에서의 결혼식'이  끝났다. 

보통은 시청 세레모니 후에 다같이 샤또나 와인 도멘으로 가서 파티를 하거나 가까운 술집이라도 빌려서 뒷풀이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가족들도 없었을뿐더러(신랑이 한국에서 우리가족이 못오니 시댁식구들도 초대하지 않고 그냥 증인 서줄 친구 둘 만 불렀다) 내 몸이 정상이 아니었기에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전 입양한 강아지 밀까를 데리고 근처 공원에 잠시 산책다녀와서는 약먹고 잔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얼마 뒤 한국으로 돌아가서 '배우자 비자' 신청하고 병원에서 디스크 입원치료 받다가 다시 프랑스로 귀국하여 약 한 달 반 뒤에 여기, 프랑스에서 허리 수술을 하게 된다.... 



약 2년이 흐른 지금.....우리는 그동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많이 싸우기도 했고 웃기도 했으며

신랑은 직장에서 승진했다. 나는 무사히 허리수술을 마쳤고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일도 했다. 

  그 사이 이사를 두 번이나 했고 몇 달 전에 집을 샀다. 은행 돈 100%이지만 매달 내는 월세가 우리의 집값이 되는 것이니 열심히 돈을 벌어서 갚아나가는 중이다. 

  작년에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고 얼마 전, 키우던 늙은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밀까는 여전히 똥꼬발랄하게 잘 크고 있다. 

똥꼬발랄 밀까(좌) 새끼고양이 사랑(우)

  

우리의 늙은 고양이, 크하퓰

그리고 제일 큰 이벤트는, 우리 둘을 반반 닮은 아이가 곧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

이 글을 수정하고 쓰고있는 오늘은 임신 33주차 5일이다. 출산 예정일은 12월 18일(한국식 40주) 또는 25일(프랑스식 41주)이다. 

2019년 3월의 늦자락에 찾아온 기쁜 소식!


  점점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임신한 기록을 남겨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가...아주 오랜만에 브런치 문을 열어보니 무려 결혼식 본식글도 제대로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에.....너무 놀라 급하게 내용을 덧붙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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