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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라KAYLA Jul 12. 2023

나는 왜 눈물부터 날까

감정수용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됐다

아이들을 키운 다는 것 아니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무수한 감정과의 만남같다.


서운함, 미안함, 슬픔, 화남, 속상함, 가슴아픔, 기쁨, 환희, 대견함, 즐거움, 짜증남 등 하루에도 큰 틀에서 4가지(희노애락) 그리고 거기서 더 자세하게 분류를 하면 스무개 정도 되는 감정들을 매일 느끼면서 사는 것 같다. 또 그런 마음을 조금 서투르게 표현하는 아이들과 있으니 잘 알아줘보려고 갖은 애를 써본다. 그 말을 왜 했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네 마음에 맞는 말인건지를 알려주다보면 내가 프랑스어를 하는건지 한국어를 하는건지도 헷갈릴 때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문득문득 내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억울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 울 일 아니니까 당장 그치라고 다그치던 말.

화가 나서 화가 난다고 하면 너가 왜 화를 내냐고, 이건 화낼 일이 아니라고 단정짓던 말.

기뻐서 웃으면 조용히하라고 제지하던 말.

행복해서 좋아라하고 들떠있으면 정신차리고 조용히하라고 하던 말.

그래서 결국은 가만히 있게되면 왜 아무 말도 안 하냐고 뭐라고 하던...혼돈 그자체의 상황들과 말들 머릿속에 그대로 펼쳐진다. 단 한 번을 알겠다고 수용하지 않았던...그때 내 부모는 왜그랬을까? 왜 둘 씩이나 그랬을까? 한 사람이라도 나를 달랠 수는 없던 걸까? 그냥 알았다고 받아주면 안 되는거였나?


그당시에는 뭐를 해도 내 감정은 아니라고 하니, 그저 꾹꾹누르며 넘기려고만 했던 것 같고, 제법 커서는 그러면 왜 안되냐고 반문해보기도 했고 나중에는 왜 그렇게 말씀하시냐 따져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들어 들은 생각은 이런 어릴적의 경험때문에 내가 어떤 상황에서 슬프거나 불편하거나 또는 화가 나거나 속상할때 내 감정에 대해 자꾸 물음을 던진다. 그렇게 느끼는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고나 할까?


<어?이래도 되나? 이거 속상해도 될 일인가? 화가 나도 되는 일인가? >


화가 나면, '화난다'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도 되는 정도인가? 내가 오버하는건가?' 되묻다보니 이것이 '자기검열'인가 싶고 궁극적으로는 내감정에 당당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모든 감정에 앞서서 일단 눈물부터 흐른다.

기뻐도 눈물, 슬퍼도 눈물, 억울해도 눈물, 속상해도 눈물, 불편해도 눈물...


최근들어 부쩍 친해진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서운했다. 이 친구랑 있으면 늘 좋은 마음인데 때때로

이 친구 마음이 나만큼은 아닌 것 같아서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곤 했다. 아니다 그보다 좀 더 다정한 느낌이어야하는데...내가 그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친구는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상대에게 소중한 대상이라는 느낌이 안 들어서 여태보낸 내 시간이 다 헛된 것 같으니 속상함에 눈물부터 주르륵 흘렀다. 이런저런 마음을 풀고자 통화를 하는 내내 눈물이 났는데, 친구가 당황하며 물었다.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데 왜 이렇게 슬퍼하는거야? 왜  눈물이 그렇게 나는걸까? 이거를 자세히 들여다봐야할 것 같아."


그리고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왜 상대마음이 너 마음과 다르면 안 되는거야?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 맞아. 그런데 그 마음의 크기가 너와 내가 꼭 같다고는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내가 어떻게 증명해야할까?"


그러게. 왜 같아야할까? 너역시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한시름 놓이는 기분인데...그러게말야 왜 네 마음과 내마음이 같아야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이렇게 눈물을 흘렸을까?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는 친구 앞에서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자극이 되서 눈물이 났을까?


나에게 상대가 소중하기에 다정히 대하고 잘 지냈고 서로 그렇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잘 대해줬던 그 시간, 나의 마음이 가득했던 시간들을 보냈다는(경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넘길 수 있어야하는 건가? 너무 어린아이같은 마음인가싶은데...이런 마음역시 들면 안 되는건가? 들어도 되는건가? 물음표 투성이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내 마음은 왜 아직 부모에게 혼나던 그 어린시절같을까? 나는 왜 친구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게 꼭 손해보는 것같고 서운했을까?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 동생을 좋아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공평함'을 원한거였을까? 친구가 너무 좋다보니 나도 모르게 의지를 했고 그 친구의 사랑을 바랐을까? 나는 어느덧 삼십대가 되고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왜 내마음은 아직 안 자란 것같을까? 이 어린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성장시켜야할까?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고 구태여 붙잡아서 활자로 남겨놓는다.

내마음을, 그 친구의 말을 적어두고 이따금씩 답을 찾아보려고..

오늘 '짜잔~'하고 답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며칠 뒤에도 안 나타나란법은 없으니...언제가 떠오르면 그때 또 적어야지.


여전히 그 친구가 좋다. 서로 갈등상황에서 이야기를 하며 풀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가 생기면 그걸로 뒤돌아서는 사이가 아니고 붙잡고 이야기해서 서로를 이해해보고자하는 그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고맙다. 왜 우냐고 다그치는 게 아니고 왜그럴까 우리 생각해보자고 나를 이끌어줘서...그런 친구 생겼다는 게 세상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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