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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 Aug 08. 2019

독일 소도시 여행

13박 15일 11개 도시 여행 프롤로그

 9년 만에 이직을 했다. 오퍼 레터에 사인해서 보내고 회사에 퇴사하겠다는 말씀드린 후,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독일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왜 독일이냐고 물었지만 이유랄 게 없었다. 그냥 유럽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독일이 떠올랐고 독일 소도시 여행을 가자고 결심하게 되었을 뿐.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일정을 짜고 여행을 다녀왔지만 생각 이상으로 만족했던 독일 이야기를 브런치에 남겨야겠다 싶었다. 아마도 다른 글들은 각 도시의 느낌을 기록하게 될 테지만, 이번 글은 독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간단하게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13박 15일 동안 11개 도시 여행하기


 여행기간을 얼마나 잡을까 결정하는 데는 입사일까지 얼마 남았느냐도 중요했지만, 혼자 가는 여행이다 보니 아이를 혼자 돌봐야 하는 남편의 마음이 더 중요했다. 다행히도 마냥 엄마만 찾는 아들이 아니고 남편이 5월에 혼자서 열흘의 안식휴가를 다녀오기도 했어서인지 2주 정도는 괜찮다고 흔쾌히 동의해줬다. 그래서 일단 여행기간 2주로 티켓팅 완료, 시차를 고려하면 13박 15일 일정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독일 소도시들을 구글맵에 찍었다. 이동루트와 일정을 짜기 위해 맵을 축소 해보니 독일 전체에 골고루 찍힌 도시가 20개가 넘었다. 함부르크/ 쾰른/ 프랑크푸르트/ 뉘른베르크/ 뮌헨/ 베를린을 중심으로 근교에 여러 도시가 꽤 많았다. 대도시들은 이틀 이상 묵는 걸로 하고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일정을 짜다 보니 너무 아쉽게도 함부르크와 쾰른은 이번 여행에서 빼야 했다.


렌터카 여행 vs. 대중교통 여행


 처음에는 렌터카 여행을 하고 싶었다. 소도시 여행이 목표라면 렌터카가 제격이다. 아우토반을 비롯해 렌터카 여행을 하기에 매력적인 나라가 독일이며 특히 로맨틱가도를 중심으로 예쁜 소도시들이 밀집해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꼭 가야 한다고 꼽은 도시들 역시 로맨틱가도가 메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독일이 렌터카 여행에 잘되어있다 하더라도 유럽에서 렌트한 경험이 없다면, 그것이 또 여자 혼자라면 모두가 만류했다. 미리 경험이라도 해봤으면 나 혼자 가는 것쯤이야 했을 텐데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됐다. 게다가 수동 차량 중심의 유럽에서 오토차량을 예약하려면 미리 해두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원하는 차량을 구할 수 있는데 이 주 전부터 계획을 세우다 보니 차량이 정말 적었다. 폭스바겐 골프가 100만 원이 넘는 수준이었는데 주유비와 통행료 등을 계산했을 때, 혼자서 렌터카 여행은 너무 부담이 커서 포기.


 가고 싶은 도시는 줄이면 그만이지만 아무리 소도시 여행이라 한들 매일 짐을 싸고 풀고 그걸 이고 지고 기차나 버스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도시를 쭉 세워놓고 몇 개 거점도시를 잡았다. 이동시간이 비교적 짧은 곳은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그렇지 않은 곳은 며칠 숙박하기로 했다. 당일치기라고 해도 먼 곳은 왕복 7시간이 넘었으니 사실 좋은 일정은 아니었지만,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당일치기가 꽤 많았음에도 13박 15일 동안 11개 도시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서머타임이 적용된 여름의 독일이 하루가 정말 길었던 덕분이다. 아침 대여섯 시에 해가 떠서 밤 10시가 넘어서야 해가 졌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해 저녁 6, 7시에 숙소로 돌아와도 위험하지 않았다. 해가 짧은 시기라면 이런 일정으로는 여행이 어려울 거라 본다.


 렌터카만큼 독일에서 많이 이용되는 여행수단은 기차이고 독일 철도 패스도 잘 되어 있다. 나는 버스와 열차를 적절히 섞어서 일정을 짰고 가까운 도시 간 이동은 기차에 비해 훨씬 저렴한 플릭스 버스로 모두 예매했다. 가까운 도시는 버스와 기차의 시간 차가 1-2시간 정도였는데 요금은 거의 반 이상 차이 났다. 그리고 바이에른 주의 도시 간 이동은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 가능한 바이에른 티켓과 VGN 티켓을 이용하다 보니 철도 패스보다 단일구간 티켓을 사는 게 더 저렴해서 철도 패스를 사지 않았다. 이처럼 일단 도시 먼저 선택한 후에는 이동시간, 일정이 얼마나 여유로운가, 요금 등 여러 가지를 비교해서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가격이 훨씬 저렴함에도 플릭스 버스로 모두 끊지 않은 이유는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예약 당시는 몰랐는데 지연과 연착 문제가 심했다. 다른 구간 이동에서는 다행히 정시 출발하고 큰 문제없었으나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를 다녀올 때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동시간도 제법 걸리고 일정이 하루밖에 없던 베를린과 드레스덴 이동은 버스표를 버리고 기차표를 새로 끊기도 했다. 


일정 및 교통수단 공유


* 11개 도시 : 프랑크푸르트 - 하이델베르크 - 베를린 - 포츠담 - 드레스덴 - 뉘른베르크 - 밤베르크 - 로텐부르크 옵 데 타우버 - 뮌헨 - 퓌센 - 베르히테스가덴 (색상은 거점도시)

* 숙소 : 프랑크푸르트 (토요코인) / 베를린 (에어비앤비) / 드레스덴 (홀리데이인) / 뮌헨 (아트호텔)

이동수단 : 고속버스(Flixbus) / 기차(ICE, RB) / 시티 내에서 트램, 버스, U-barn, S-barn 등 다양하게 이용

플릭스 버스 :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나 버스 퀄리티는 좋다. (화장실도 있고 그다지 잘 터지는 편은 아니나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이용 가능하고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편리하다. 하지만, 연락 없이 버스가 오지 않는다던가 연락이 온다 해도 2시간 이상 지연 출발하는 등 문제가 좀 있다.

 * ICE : 우리나라의 SRT나 KTX 같은 고속철도. 빠르고 쾌적하다. 먼 도시 간 이동은 ICE를 탔고 수요가 많은 열차일 경우,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을 미리 지정받았다. 28인치 캐리어를 가져간 나는 짐을 어디다 둬야 하나 걱정 많이 했는데 좌석 사이에 두거나 중간중간 있는 캐리어 보관장소에 뒀다. 독일은 치안이 좋은 편이라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보다 작은 캐리어라면 위에 올리거나 하면 된다.

* RB 등 지역 열차 : 밤베르크, 로텐부르크 등을 이동 시 이용하는 기차. 새마을호 같은 느낌. 

* U-barn, S-barn : 우리나라 지하철 같은 개념.

* 바이에른 티켓 : 뮌헨, 퓌센, 베르히테스가덴을 이동할 때, 구매했던 티켓. 하루 동안 바이에른 주의 도시 내 모든 교통수단이 공짜다. (ICE 등 고속열차는 제외) 평일이냐 주말이냐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이 구매하면 가격이 점점 내려가지만 모든 구간을 같이 이동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 VGN 티켓 :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로텐부르크 옵 데 타우버를 이동할 때, 구매했던 티켓. 바이에른 티켓을 사도 되지만 반값 정도 저렴하다. 마찬가지로 구간 내의 모든 대중교통이 하루 동안 공짜다. (ICE 등 고속열차는 제외) 여러 사람이 같이 구매하면 가격이 내려간다. 뷔르츠부르크는 이용할 수 없다.

 

6/25 _ 13:05 대한항공 이용해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출발 - 17:40 프랑크푸르트 도착 (약 11시간)
6/26 _ 플릭스 버스 이용해 하이델베르크 당일치기 (버스 편도 1시간 15분)
6/27 _ ICE 이용해 베를린 이동 (고속열차 약 4시간) - 박물관섬 돌아보기
6/28 _ 일일권 이용해 베를린 돌아보기
6/29 _ 일일권 이용해 포츠담 당일치기 (기차 편도 약 30분)
6/30 _ 기차 이용해 드레스덴 이동 (약 2시간) - 드레스덴 돌아보기
7/01 _ 플릭스 버스 이용해 뉘른베르크 이동 (약 4시간) - 뉘른베르크 돌아보기
7/02 _ VGN티켓으로 기차 이용해 밤베르크 당일치기 (편도 약 40분)
7/03 _ VGN티켓으로 기차 이용해 로텐부르크 옵 데 타우버 당일치기 (편도 약 2시간, 2회 환승)
7/04 _ 플릭스 버스 이용해 뮌헨 이동 (버스 편도 2시간 15분) - 뮌헨 돌아보기
7/05 _ 바이에른 티켓으로 기차 이용해 퓌센 당일치기 (편도 약 2시간)
7/06 _ 바이에른 티켓으로 기차 이용해 베르히테스가덴 당일치기 (편도 약 2시간 30분, 1회 환승)
7/07 _ 일일권 이용해 뮌헨 돌아보기
7/08 _ ICE 이용해 프랑크푸르트 이동 (고속열차 약 4시간) - 공항까지 택시 이동 - 19:40 귀국


 나름 여유 있게 즐겁게 보내고 온 독일 여행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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