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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 May 20. 2021

안젤리나졸리가 했던 수술을 받기로 했다

BRCA 유전자 변이와 예방적 절제술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2013년에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아무런 병도 없는데 양측 유방을 절제했다는 뉴스를 봤다.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 인자가 있어 예방 차원으로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는 건데  나가는 여배우로서 너무 놀라운 결정이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할머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 유방암에 대해 경계심이 있던 터라  소식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던  같다. 그랬다 한들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도 아니고 대단한 선택했네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수술 받은 이유는 BRCA 유전자 변이(그중에서도 브라카 1) 때문이었다. BRCA 유전자 변이는 1,000명에 1명 이하로 아주 드물게 발견되지만, 변이가 있다면 유방암과 난소암 확률이 매우 높다. 2011년 발표된 저널에 따르면 유방암은 56~80%, 난소암은 27~45%이다. 일반적인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12%, 난소암은 겨우 1%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높은 확률로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여성에게만 유전되는 것이 아니고 남성도 유전 되는데, 이 경우 전립선암과 췌장암, 남성 유방암 확률이 올라간다. 안젤리나 졸리는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10년 동안 투병을 하다 돌아가셨고 할머니 및 이모도 유방암으로 돌아가셨기에 수술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도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다


 건강 관리에 꽤 열심이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작년 초, 갑작스럽게 암 확진을 받았다. 어느 날 배가 불러오며 소화가 되지 않았고 여러 병원을 돌며 온갖 검사를 받다가 끝내 병을 밝혀냈을 때는 난소암 3기로 확진받았다. 증상의 발견과 확진까지는 불과 한 달 정도였나보다. 항암 전에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어 BRCA 유전자 검사를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브라카 2 변이가 발견되었다. BRCA 변이는 50% 확률로 자녀에게 유전되기 때문에 나와 여동생도 검사를 진행했고 나에게서만 엄마와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다.


 검사 결과를 들었을 때는 두렵거나 놀랐다기보다 "아, 결국 그렇게 됐구나"라는 마음이었다. 50% 확률이라면 아직 아이가 없는 동생보다는 더 이상 출산 계획이 없는 내가 낫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임신/출산 경험에서 꽤 고생을 했어서 그런지 만약 변이가 있다면 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교수님은 결과가 이렇게 되어 안타깝지만, 아직 너무 젊으니 검진을 열심히 하고 만 40세가 되면 예방적 절제술을 하자고 하셨다.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으면 유방암을 90% 예방할 수 있으나 난소암의 위험이 여전한 반면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받으면 난소암 위험이 95%로 줄고 유방암도 50%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결과를 듣기 전부터 이미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비교적 유방암은 검진을 통해 발견이 잘 되는 편이고 유방절제/복원은 큰 수술에 비급여이다보니 병원비가 천만원을 훌쩍 넘기기에 고려하지 않았다.


  교수님께 더 이상 출산 계획도 없고 남편과도 의논을 마쳤으니 당장 수술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교수님은 상대적으로 BRCA 2 변이는 발병률이 낮고(유방암 최대 45~84%, 난소암 10~20% 정도) 보통 BRCA 1이면 만 40세에, 2이면 45세에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난소 절제 시 조기폐경이 되므로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갱년기 증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힘들어지니 굳이 이르게 수술할 필요는 없다며 만류하셨다.


 그러나 난소암은 1개월 전 검진에서 정상이었다가도 그 다음 검사에서 말기 확진을 받을 수 있는 암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무방비하게 있을 수 없었고, 암의 확률을 피해가기 위해 클린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을 하며 그동안 살아온 습관을 통째로 바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는 걸로 결정했다.


 결정 후, 혹시 이렇게 예방적 절제를 받은 사람이 있을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알고 싶어 온갖 검색을 다 해보았지만 정보가 거의 없었다. 2019년 기사를 보면 2018년 8월까지 각 기관별로 예방적 절제술을 한 누적 시행 건수 통계가 아래와 같았다. 국내에서 수술을 받은 사람 자체가 적기도 하고 사실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오픈된 공간에 털어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겠거니 싶었다. 해외 사례 역시 찾기 쉽지 않았고.

(출처: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2514)


 그래서 나는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나처럼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 참고문헌: 한국인 BRCA 돌연변이 보인자 여성의 암 발생 감시, 화학적 예방 및 예방적 수술 사용 실태: 단일 기관의 5년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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