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셀프 인테리어 : 헌팅 트로피, 인터폰박스 만들기
셀프 인테리어의 핫 키워드는 북유럽이다. 대개 신혼집은 전반적으로 하얀 페인팅과 도배가 되어있기 마련이라 여기에 어울리는 가구를 찾다 보면 원목을 많이들 구입하더라. 심플한 스타일에 우드가 주는 따뜻함이 하얀 공간과 어우러져 그 자체만으로도 그럴싸한 느낌을 내기 때문인 것 같다. 기본이 이렇다 보니 여기에 몇 가지 소품 등을 추가해서 북유럽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게 인기다.
처음 인테리어에 들떠있을 땐 핀터레스트에서 인테리어 키워드로 검색해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하고 에버노트에 참고샷을 저장해두기도 했는데, 최근에 알게된 homify를 통하면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거실, 주방 등 원하는 방과 모던, 스칸디나비아 등 스타일을 선택하면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멋진 참고샷을 잔뜩 찾을 수 있다. 다만, 셀프인테리어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만 참고해야하는 게 아쉽다. 나는 소파나 큰 가구를 새로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소품 쪽이나 분위기를 많이 참고했다.
북유럽 스타일 거실디자인 참고샷
전체적으로 톤다운된 느낌에 포인트 페인팅과 벽지.. 정말 취향저격이다. 게다가 번쩍 번쩍 빛나는 헌팅트로피는 고급스러움의 절정!
가구가 모노톤이라 어쩔 수 없이 참고한 사진들도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북유럽 스타일 패턴, 사슴모양, 텍스트 액자 등 기본 요소는 쏙쏙 흡수해 우리집에 어울리는 감성 디자인을 시도해봤다.
4,000원으로 완성한 사슴 헌팅 트로피
북유럽 스타일 하면 떠오르는 게 트라이앵글, 스트라이프 패턴, 단조로운 텍스트 장식, 사슴 장식 이런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징그러운 헌팅 트로피도 빠지지 않는 아이템인데 생각 외로 꽤나 멋스럽다. 구매하려고 알아보니 재질마다 가격차가 있긴 하지만, 괜찮은데? 싶으면 8, 9만 원을 호가하더라. 별 것 아닌 장식에 그런 돈을 주는 건 셀프 인테리어가 아니지, 암암. 그래서 직접 만들어 봤다.
① 4,000원으로 블랙 폼보드 5T(5mm)를 구입한다
② 헌팅 트로피 도안을 프린트해서 잘라준다
③ 볼펜으로 라인을 그리거나 혹은 가볍게 고정시켜서 도안 모양대로 칼로 폼보드를 오려 낸다
④ 단면이 너무 지저분하면 사포로 곱게 갈아준다
⑤ 모양 생각하며 합체
폼보드 오릴 때, 진짜 엄청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라인이 매끄럽게 안잘리는 것은 둘째 치고 중간중간 이 나간 것처럼 부스러지기도 해서 단면이 지저분하다. 사포로 갈아봐야 이미 안쪽에 구멍 난 듯 비어버린 폼보드는 매끄럽게 하기 어렵다. 어차피 헌팅 트로피를 합체하고 벽에다 달 거니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
폼보드로 하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좋지만 무게가 가벼워서 양면테이프로도 벽에 잘 고정된다. 전셋집 인테리어의 핵심은 나중에 주인에게 욕 먹지 않을 정도로 꾸미는 것인데 (못 박기 자제, 페인팅은 미리 협의 등) 접착력은 높지만 뗄 때도 깔끔한 3M 폼 양면 테이프를 이용하면 걱정 끝!
아직 화단만 대충 정리한 베란다는 다음을 기약하고 쇼파 쪽 거실샷은 이 정도. 거실 조명도 요즘 대세를 따라 교체했더니 한결 고급 진 거실이 완성됐다! 저번에 들른 송당 1300K에서 구입한 해녀모빌은 베란다에서 거실 들어오는 문에 달아줬다. 바람 불 때마다 해녀님이 해초 따느라 바쁘심 ㅋ
심플한 인터폰박스 만들기
이제 쇼파 반대쪽을 꾸며야 하는데 하, 이 인터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건 솔직히 욕실과도 비교불가. 오래된 인터폰의 누리끼리함은 어떻게 참아본대도 심지어 전화기가 고장 났다. 절연 테이프로 겨우 고정시켰지만, 손에 들면 하나하나 분해된다. 거기다 맞춤법 공부 좀 해야 할 어떤 꼬맹이가 그림과 함께 써놓은 "어의없음". 그래, 나 정말 이거 보고 어이없더라!!!!
인터폰은 거의 쓸 일이 없고 거실 한 쪽 벽을 흉물스럽게 차지하고 있으니 인터폰박스를 만들어 가려주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시중에 제품도 많이 나와있다. 나무 패널로 만든 스타일이 많은데 가격도 그렇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차피 폼보드도 남았겠다 가볍게 만들어주지.
너무 간단해서 과정샷은 없다. 폼보드로 인터폰 전체 사이즈보다 약간 크게 만들고 위를 심플한 타이포 코팅지로 감싸 주면 끝남. 폼보드가 가벼우니 고리 같은 걸로 살짝 걸어주면 된다.
작은 공간이라도 느낌 있게!
주방에 오븐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이케아에서 산 주방카드 위에 오븐을 올려뒀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오븐 옆면이 슬쩍 보이는 게 영 거슬림. 원래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덮개에 주머니도 달아주고 마감처리해서 오븐 덮개를 만들려고 했는데 구입한 트라이앵글 패턴지가 사이즈가 똑 떨어지길래 그냥 덮어주기만 했다. 나중에 시간 나면 그 때 예쁘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오븐 위에 아이비 화분을 올려주었더니 느낌 확 사네요! 아이비는 수경재배가 가능한데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짱짱. 다이소에서 구입한 색돌을 넣고 뿌리를 깨끗하게 씻어준 아이비를 넣어 물을 담으면 끝. 무려 저 병은 이럴 계획으로 2년 전 제주 내려갈 때부터 챙겨놓은 패션파이브 푸딩병이라는 거 ㅋㅋㅋㅋ 2년이 흘러서야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심심한 병은 노끈으로 감싸 꾸며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거실 반대쪽 벽. 티비 위엔 싸리 가랜드를 걸어줬다. 사진 아랫쪽의 거실장에도 라벤더 조화와 아이템으로 꾸며줬는데 이쪽 벽은 내추럴한 느낌이고 반대쪽은 블랙톤의 약간 남성적인 느낌이 묘하게 어울려서 마음에 드는 거실이 되었다 :) 쉽고 저렴하게 몇 가지 아이템으로 거실 분위기 바꾸기에 도전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