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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꼼 Dec 06. 2021

시골에 산다

반대로 걷기 

나는 시골에 산다. 시골이란 사는 동네 이름을 말했을 때 거기가 어딘데? 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곳이고 약속을 잡기 위해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하는 곳이다. 남들이 이쪽 방향으로 갈 때 나 혼자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나 갈게"라고 하는 뭐 그런 곳. 


나는 많은 사람들이 택하지 않은 곳에 살기로 결정했다. 




'결정했다'는 말은 사실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 내가 시골에 살겠다고 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 가족은 진작 시골 동네에 살고 있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서 나는 등교 시간보다 훨씬 일찍 아빠 차를 타고 나가야했고 집에 갈 때는 버스가 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나는 내 맘대로 여기저기 이동하는 자유를 몰랐다. 

시골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다 조금 더 '도시'로 학교를 옮겼을 때 내가 사는 곳과 친구들이 사는 곳의 차이가 더 커졌다. 그 전에야 다 비슷비슷한 동네였지만 이제 집에 가기 위해 두 시간마다 한번씩 오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건 나뿐이었다. 나와 친해진 친구들은 나의 그런 불편함에 함께 익숙해졌다. 정해진 시간 외에 운행하지 않는 버스를 다같이 기다려 준 후, 내가 버스를 타고나면 그제야 우린 작별 인사를 했다. 


운신의 폭이 자유로웠던 학생 시절이 끝나고 나는 다시 시골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야 내가 선택한 시골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내가 스스로 시골에 살기를 선택했을 때, 우리 집은 어릴 적 살던 동네보다 훨씬 훨씬 더 시골스러운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엔 우리 동네만 논과 밭으로 둘러쌓인 시골이었지, 주소지 자체는 "시"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군" 단위로 간다. 정말 정말 시골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나는 나이를 먹었고 운전을 할 줄 알아서 버스 시간표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전이나 지금이나 논과 밭이 있는 동네에 사는건데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차를 타고 나갔을 때 대형마트와 프렌차이즈 카페를 갈 수 있는 것과, 차를 타고 나가도 하나로마트만 갈 수 있는 것의 차이는 아주 크다. 할리스를 가고 싶은데 내가 갈 수 있는건 이디야가 전부인 그런 상황이 매일매일 펼쳐진다. 


남들은 도시로, 서울로 가는 마당에 나는 더 멀리 멀리 시골로 왔다. 남들과 반대로 걸었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엄마, 아빠의 상상과 꿈으로 만든 집에서 사는 것이 좋다. 일을 마치고 왔을 때 살랑살랑 나를 반기는 강아지, 고양이가 있는 이 집이 좋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막 지은 새 집의 쾌적함이 좋다. 도시에서 나는 이런 수준의 집에서 살 수가 없다. 


뭐 하나 편한게 없는 꿈의 집에서 나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과 그렇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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