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있지만, 르완다는 없는 것 #12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항상 길거리에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박스를 깔고 웅크린 채 잠든 사람들, 지하철역 계단에 앉아 동전을 구걸하는 사람들.. 경제가 발전되었든 아니든 어느 국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르완다에 오기 전, 저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라는 르완다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죠. 거리마다 구걸하는 사람들, 길가에서 잠자는 노숙자들을 많이 보게 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키갈리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 그리고 4년 동안 르완다에 살면서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여기는 왜 노숙자가 거의 보이지 않나요?" 르완다에 도착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현지 동료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자랑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르완다에서는 누구도 길에서 자지 않아요. '우무두구두(Umudugugu)'라는 우리의 공동체 시스템 때문이죠."
'우무두구두'는 르완다의 전통적인 공동체 구조로, 약 50-100가구가 하나의 작은 마을 단위를 이루는 시스템입니다. 이 공동체 안에서는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 돕는 것이 당연한 문화입니다. 집을 잃은 사람이 있으면 임시로라도 머물 곳을 제공하고, 먹을 것이 없는 가정이 있으면 음식을 나눕니다.
르완다 정부는 이런 전통적 공동체 정신을 현대적 복지 시스템과 결합했습니다. 1994년 제노사이드 이후 수많은 고아와 집을 잃은 사람들이 생겼을 때, 정부는 '우무두구두' 시스템을 활용해 이들을 공동체 내에 통합시켰습니다. 또한 '우무간다(Umuganda)'라는 월례 공동체 봉사의 날을 제도화하여,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모든 시민이 함께 모여 마을을 청소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집을 짓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언젠가 우기에 폭우가 쏟아져 비포장도로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그러자 마을 주민 모두가 나와 길을 복구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기본적인 생활도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르완다 정부는 또한 '비전 2050'이라는 국가 발전 계획 하에 빈곤 퇴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린카(Girinka)' 프로그램은 가난한 가정에 소를 한 마리씩 제공하여 우유를 통한 영양 개선과 소득 창출을 돕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특별한 점은 수혜자가 첫 송아지를 다른 가난한 가정에 기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나눔의 문화가 확산된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키갈리 시내에서 한 어린 소년이 다가와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변에 있던 르완다 사람들이 즉시 개입했습니다. 그들은 소년을 훈계하며 구걸하는 것보다 작은 일이라도 할 것을 권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르완다에서는 거리에서 구걸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기 싫은' 거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식별하고 적절한 지원 시스템으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물론 이런 접근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회적 안전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없도록 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르완다의 이런 모습은 제게 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에서 오히려 길거리 노숙자가 적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경제적 풍요로움과 사회적 돌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어쩌면 르완다가 보여주는 것은 물질적 풍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메시지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는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우리'라는 의식이 살아있는 문화... 이것이 진정한 부의 의미가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서 잃어가고 있는 공동체 정신, 이웃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르완다가 가르쳐준 가장 값진 교훈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