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있지만, 르완다는 없는 것 #11
르완다에는 한국처럼 잘 설계된 놀이터를 찾기 어렵습니다.
키갈리의 일부 부유한 지역이나 국제학교 근처에는 소규모의 놀이터가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특히 농촌에는 그런 시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끄럼틀도, 그네도, 시소도 없지만, 아이들은 주로 마을 공터, 학교 운동장, 때로는 그냥 길거리에서 하루종일 놉니다.
처음에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노는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놀이터도 없이 어떻게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르완다 아이들의 놀이에서 특별한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자전거 타이어를 굴리며 놀고 있었습니다. 낡은 타이어 하나로 아이들은 경주도 하고, 균형 잡기 게임도 하며 노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의 순수함에 감탄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아이들이 바나나 잎으로 만든 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병과 끈으로 만든 것을 자동차라고 하며 끌고 다니는 아이, 천으로 만든 인형으로 노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놀이 시설이 없다 보니,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합의하며 놀이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상 능력, 갈등 해결 능력, 창의력이 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안전한 놀이 공간의 부재는 분명한 문제점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때로는 위험한 장소에서 놀기도 하고, 날카로운 물건에 다치기도 합니다. 르완다 정부와 국제 NGO들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안전한 놀이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아이도 르완다에서 4년간 살면서, 종이나 박스, 페트병 등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노는 것이 꽤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본인을 만들기 박사라고 칭하면서요) 이곳에서 저는 '놀이'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놀이터가 없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놀 수 있다는 역설, 비싼 장난감보다 상상력과 자연이 더 풍요로운 놀이를 만들어낸다는 진실을 목격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보다는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나뭇가지와 돌멩이로도 정말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르완다 아이들에게 배운 '적게 가지고도 풍요롭게 놀 수 있는 지혜'를 전하고 싶습니다.
놀이터가 없는 나라에서 오히려 놀이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습니다. 놀이는 시설이나 장비가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상상력, 그리고 함께하는 기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죠.
작은 것에 때론 모자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