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KOICA 국별협력사업 중 하나인 <르완다 키갈리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ICT 활용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 (이후 르완다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에 대한 르완다 교통 분야 ODA 사업의 PCP 분석에 이어 심층기획조사 보고서를 분석하며 개선안을 도출해보고자 합니다.
KOICA 국별협력사업은 크게 4단계(안건형성 - 사업개발 - 사업수행 - 평가)로 진행됩니다.
예비조사와 심층기획조사 두 단계 모두 타당성 조사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두 조사의 목적과 깊이에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예비조사는 사업 승인 전, "이 사업을 할 만한가?"를 판단하는 '넓고 얕은' 종합적 타당성 검토이고,
심층기획조사는 사업 승인 후 "이 사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실행할 것인가?"를 구체화하는 '좁고 깊은' 실행 계획 수립 단계입니다.
그럼 우선 해당 <르완다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의 예비조사와 기획조사 결과보고서를 검토하여 예비조사 대비 기획조사에서 어떻게 사업이 발전되었는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예비조사를 통해 발굴한 사업이 기획조사를 거치며 수원국의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하여 더 정교하고 객관적이며,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여(Contribution)'와 '귀인(Attribution)'의 관점에서 볼 때, 산출물(Output)이 성과(Outcome) 달성에 기여하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고, 그 변화를 측정하기에는 여전히 논리적 허점과 수정할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성과(Outcome) 1. 도심모빌리티 역량강화를 통한 효율성 강화
·성과지표(Indicator) 1-1. 키갈리시 도심모빌리티 전략(건수)
·산출물(Output) 1.1. 도심모빌리티 전략 수립, 1.2. 도심모빌리티 역량강화
(비판적 관점)
'산출물'을 '성과지표'로 사용: '도심모빌리티 전략 보고서'는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산출물(Output) 그 자체이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인 성과(Outcome)를 측정하는 지표가 될 수 없습니다. 보고서가 1건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효율성이 강화되었다'는 변화를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개선 방안 제안)
성과(Outcome)를 측정하는 진정한 지표는 '강화된 역량'과 '수립된 전략'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어 '효율성'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대안 지표 1 (정책 활용도): 수립된 도심모빌리티 전략에 근거하여 신규 채택된 교통 관련 정책 수
대안 지표 2 (업무 효율성): 신규 대중교통 노선 인허가 처리에 소요되는 평균 행정 기간 단축률
·성과(Outcome) 2. 대중교통 환경개선을 통한 이용률 증가
·성과지표(Indicator) 2-1. 키갈리시 대중교통 승객 운송량(명), 2-2. BIS/BMS 활용 건수(횟수)
·산출물(Output): 2.1. 버스정류장 시설 설치, 2.2. 실시간 버스 운영 시스템 개선, 2.3.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의 운영
(비판적 관점)
'대중교통 승객 운송량'은 매우 훌륭한 성과지표이지만, 이 변화가 오로지 본 사업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PPP 사업을 통한 버스 대수 급증, 경기 변화, 도로 신설, 유가 급등락 등 수많은 외부 요인이 승객 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사업의 순수한 효과(Impact)를 분리하여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개선 방안 제안)
사업의 직접적 영향과 더 가까운 지표를 보조지표로 추가하여 인과관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보조 지표 1 (환경 개선 체감도): 개선된 버스정류장의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시, '버스 대기 환경 편의성' 항목 긍정 응답률
보조 지표 2 (시간 효율성): 주요 노선의 평균 버스 대기 시간 변화 (샘플 조사를 통해 측정)
기획조사를 통해 수원국(키갈리시)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실제 수요에 맞춰 사업 구성이 크게 변경되었습니다. 이는 사업 성과 달성과 시민 편익 증대를 위한 합리적인 재분배가 이뤄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1.1. 키갈리시 도심모빌리티 전략 수립
: 키갈리시 신설 부서인 '도심모빌리티부'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하여, 모호한 마스터플랜이 아닌 실행 중심의 도심모빌리티 전략으로 구체화.
1.2. 키갈리시 도심모빌리티 역량강화
: 단기(견학)성 연수에서 벗어나, 소수의 핵심인력이 실제 한국의 업무를 경험하고 사업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심화. (기존 10명, 2회의 단기 연수 → 3명/3개월의 중기연수로 변경)
: 다수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아닌, 분야별(운송, 교통, ITS, 전기차) 전문가가 현지에 장기 체류하며 도심모빌리티부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며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변경. (기존 4명 전문가/1개월 파견 → 4명 전문가/2.5개월 중기파견)
2.1. 이용자 친화적인 버스정류장 시설 설치
: 키갈리시가 소수의 대규모 터미널(6곳)을 개선하는 것보다,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수의 낡고 불편한 버스정류장(80여 곳)을 개선하고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를 설치하는 것이 시민들의 편의 증진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과업이 전면 수정.
2.2. 실시간 버스 운영 시스템 개선
: 실시간 버스운영시스템 개선 및 독립적인 버스운행관리체계(BMS) 센터 구축으로 계획이 변경
2.3.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의 운영
: 한국산 전기버스(2대) 도입 및 충전기 지원 (PPP 의존성 리스크 완화)
: 지원하는 전기버스를 2028년 개항 예정인 부게세라 신공항과 키갈리시를 연결하는 신규공항버스 노선에 투입. 특수목적 서비스로서의 전기버스 활용가능성 분석 및 운영 경험 축적
교통 사업은 인프라부(정책), 키갈리시(실행), 규제청(인허가), 경찰청(단속), 버스사업자(운영) 등 여러 기관의 협조를 통해 이뤄집니다. 이에 사업운영위원회(PSC)를 통해 초기 단계부터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사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협조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의도는 타당합니다.
(비판적 관점)
다만, 각 기관의 입장과 우선순위가 달라, 사소한 기술적 결정 하나에도 모든 기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고 사업이 지연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위원회가 구성되면 실질적인 회의 준비, 안건 조율, 기관 간 이견 중재 등 모든 조정 업무는 결국 KOICA와 PMC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선 방안 제안)
기존 구조에서는 모든 문제가 바로 사업운영위원회(PSC)로 올라갈 위험이 있습니다.
개선된 구조에서는 대부분의 실무 문제는 2번 실무협의체에서 신속하게 해결합니다.
오직 실무협의체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전략적이고 정책적인 사안만이 1번 PSC에 상정되므로, PSC는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어 사업 지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해당 사업의 목적이 '키갈리시 대중교통 활성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 대상 체계적인 안내, 인식 개선 캠페인, 행동 변화 커뮤니케이션(BCC) 전략 및 관련 예산 편성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역량강화' 활동은 전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키갈리시 및 유관기관 공무원과 실무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반 시민은 단순히 정보 시스템의 '수혜자'로만 설정되어 있을 뿐, 이들의 기존 이용 습관(종점에서 만석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행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은 부재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버스정보시스템의 성공은 기술적인 완성도와 별개로 시민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에 달려있고, 사업의 핵심 성과지표 중 하나인 '대중교통 승객 운송량' 증가는 오토바이 택시 등 대체 교통수단 이용객을 버스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통한 행동 변화 유도가 필수적입니다.
(실행 전략 제안)
1. 대중교통 관련 '버스 운전사' 및 '교통 경찰' 교육
버스 운전자 교육 구체화: 'BMS 연계 운전자 교육 매뉴얼 개발 및 교육 시행'을 명시합니다. 이는 운전 기술이 아닌, 시스템을 이해하고 정시성, 안전 운행의 중요성을 인지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교통경찰 포함: 키갈리시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통경찰의 핵심 실무자를 초청연수 및 현지연수 대상에 포함하여, 데이터 기반의 교통 통제 및 정책 수립 역량을 함께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2. '시민(운전자) 대상' 교통안전 수칙 교육 및 대중교통 인식 개선 교육
시민 대상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시행하여 위의 대중교통 정보시스템 안내 및 행동변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더불어 '깜박이 켜기', '안전거리 확보' 등 기본적인 교통 문화 개선 내용을 라디오 공익광고, 포스터 등을 통해 전파하는 활동을 포함합니다. 이는 본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교통 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교통 시스템 및 제도 개선 정책 제언
교통 관련 데이터를 근거로 '특정 구역 차량 총량제 도입의 필요성'이나 '교통위반(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신호수칙 위반 등) 범칙금 제도 개선', '교차로 신호 최적화 방안' 등을 과학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합니다. 이는 해당 국별협력사업의 직접적인 개입이 아닌, 수원국 정부가 스스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주는 '촉매(Catalyst)'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르완다 키갈리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ICT 활용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의 기획조사 보고서를 검토하며, 기존 예비조사의 미흡했던 점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ODA 사업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의 성과(Outcome)는 다시 정리하면 뭐가 가장 좋을까요?
대중교통 체계 조정을 통한 교통의 흐름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대중교통 이용자인 키갈리 시민들의 ‘편의성 증대’를 핵심 성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출퇴근 시간 단축, 교통안전 강화,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주요 척도로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첫째, 버스 대기 시간의 감소와 통행 시간의 단축을 통해 단축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고, 시민들의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교통사고 발생률 감소, 특히 대중교통 관련 사고 및 사망자 수 감소로 교통 관련 안정성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오토바이 택시나 미니버스 등 상대적으로 안전에 취약한 교통수단의 사고율 감소 또한 이 사업의 중요한 성과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더 안전한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중교통 시스템이 공공 부문의 관리하에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시민들은 보다 저렴하거나 최소한 기존과 동일한 비용으로 향상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본 글의 '제안'에서 제시했듯, 아무리 정교한 기술과 시스템이라도 최종 사용자인 시민의 행동 변화와 유기적인 거버넌스 체계 없이는 '속 빈 강정'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안된 성과지표의 논리적 보강, 다층적 거버넌스의 도입, 그리고 시민을 향한 적극적인 소통(BCC) 전략이 이 사업의 성공을 담보할 열쇠가 될 것입니다. 이 사업이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르완다 교통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씨앗을 심는 성공적인 모델로 기록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에는 해당 ODA 사업의 RFP를 분석하여 핵심 과업에 대한 수행 제안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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