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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P 분석] 르완다 교통 분야 ODA 국별협력사업

by 라이프파인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빈곤개선을 위해 국가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평가하는 일을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라 합니다.


질문) 만약 개발도상국의 한 정부기관 담당자가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내부에 예산이 없다면?

1) 대통령실로 들어가 예산배정을 하라고 압박한다
2) 일단 돈을 벌기 위해 개인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3) 잘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린다
4) 코이카 등 공여국과의 논의를 통해 ODA 사업을 구상한다



→정답 : 4번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요?

무턱대고 공여국에게 "난 이 사업을 할테니, 돈 주쇼" 하면 될리가 없지요.

그래서 나온 개념이 PCP(Project Concept Paper)입니다.


PCP는 수원국이 직접 작성 및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통해 그들의 주인의식과 책무성을 강화하고 수원국 중심의 사업 발굴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수원국 정부기관 담당자가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으니, 때로는 공여국 담당자의 하드캐리를 통해 필요한 사업을 '함께' 구상합니다)


PCP 작성 전에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중요한 팁

첫째, 글로벌 개발협력 동향을 파악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과 연계한다.

둘째, 공여 기관의 전략(Country Partnership Strategy, CPS)을 확인하고 협력 분야를 정의하며, 프로그램 기반 접근(Program-Based Approach, PBA)을 고려하여 기존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을 모색하고, 다양한 재원 동원 가능성을 열어둔다.

셋째, 개발 효과성(Development Effectiveness)을 고려하여 명확한 문제 정의, 타당성 검토, 측정 가능한 결과(outputs, outcomes, impact) 및 지표 설정(evaluability),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성 요소 제시 등 결과 프레임워크(Result Framework)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넷째, 국가 배경(Country Background), 실행 기관의 역량, 이해관계자 및 수혜자 분석, 대상 지역의 적절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다.

다섯째,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서 현지 조달 가능성, 구성 요소 관리 계획 등을 제시하여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기작성된 예비조사 보고서를 검토해 해당 사업의 효과성과 계획을 분석함으로써 사업을 조금 더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코이카 ODA 관련 자료 조사 사이트>

KOICA 전자조달

KOICA ODA 도서관

국민참여·일자리 > 개발협력 좋은 일자리 > | KOICA 홈페이지



르완다에서 살면서 가장 불편함을 느낀 것 중 하나가 교통 문제입니다. 그런데 마침 코이카에서 르완다 수도 키갈리시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 이를 소개하며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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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총 143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여 키갈리 시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혁신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대중교통 마스터플랜 수립 △버스 운행정보(BIS)/관리시스템(BMS) 구축 △버스터미널 시설개선을 통해 교통 인프라를 고도화하며 △공무원 역량강화 연수 △전기버스 조달 및 시범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키갈리시의 친환경 스마트시티 구현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본 프로젝트가 OECD DAC의 기준에 맞게 설정되었는지 아래 6가지 기준(관련성, 효과성, 효율성, 영향력, 지속가능성, 일관성)에 따라 검토하고자 합니다.


1. 르완다의 핵심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가? (관련성 Relevance)

2. 목표 달성 전략은 현실적인가? (효과성 Effectiveness/일관성 Coherence)

3. 투입되는 자원(예산, 인력)은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 (효율성 Efficiency)

4.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르완다 사회에 긍정적인 장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가? (영향력 Impact)

5. 프로젝트 종료 후, 수원국(르완다) 스스로 성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역량과 의지가 있는가?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1. 르완다의 핵심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가?

그림1.png 르완다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 문제나무

답변: 이 프로젝트는 르완다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교통 혼잡 및 온실가스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응합니다. 특히 르완다 정부의 최상위 정책인 'Vision 2050'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맞닿아 있어, 국가 발전의 우선순위와 일치합니다.


비판적 관점: 사업이 'ICT 시스템 도입'이라는 해결책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시민들이 겪는 가장 시급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본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서도 버스 공급 자체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첨단 시스템보다 당장 탈 수 있는 버스 한 대를 늘리는 것이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즉, 국가 정책과의 관련성은 높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의 우선순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 목표 달성 전략은 현실적인가?

그림2.png 르완다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 목표나무

답변: 본 사업의 전략은 무작정 전기버스를 대량 도입하거나 인프라를 확장하는 대신, 가장 먼저 데이터 기반의 관리 시스템(BMS)과 정보 제공 시스템(BIS) 구축에 집중합니다. 현재 키갈리시가 '얼마나 많은 버스가, 어디에서, 어떻게' 운행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깜깜이' 상태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첨단 장비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BMS 담당 공무원 초청 연수', '관계자 현지 연수' 등 역량 강화 활동을 통해 사업 종료 후에도 르완다 측이 스스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적 자원을 육성하는 것으로, 사업의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현실적인 투자입니다.


그림3.png 르완다 키갈리 내 버스 수요/공급간 격차가 있음을 확인


비판적 관점: 문제 나무는 "운행 버스 수 부족에 따른 긴 배차간격"을 시민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즉, 문제의 본질은 '양(Quantity)'의 부족입니다. 하지만 목표 나무의 전략은 BMS를 통한 '운영 효율화'라는 '질(Quality)'의 개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300대의 버스를 아무리 효율적으로 굴려도 632대가 필요한 절대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버스 도착 안내 앱보다 당장 눈앞에 오는 버스 한 대가 더 절실합니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현실의 제약을 외면한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3. 투입되는 자원은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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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버스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에 투자해 운행 효율의 향상을 통해 버스를 증차하는 효과를 낼 계획입니다. 버스 부족의 문제를 즉각 해결하기 위해 버스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구축과 현지 인력 양성을 통해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비판적 관점: 시스템 효율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자원(예산, 인력 등)은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비효율적인 투자로 귀결될 것입니다. 또한 시스템 구축 후 운영관리하기 위한 유지보수 비용에 대해 르완다 측의 구체적인 재정 계획은 제시되지 않아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4.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르완다에 긍정적인 장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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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모든 계획이 원활히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던 불확실성과 시간 낭비가 줄어들고,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전기버스나 충전기수, 역량강화된 공무원도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비판적 관점: 다만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평균버스 대기시간을 50분에서 15분으로 단축하는 것은 이 사업의 핵심 활동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모든 성과지표가 달성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르완다 전체 교통 시스템에서 전기버스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기 때문에 이 사업 단독으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5. 프로젝트 종료 후, 수원국(르완다) 스스로 성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역량과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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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본 프로젝트의 핵심 주체가 키갈리시 공무원이며, 시청 내 대중교통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여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제도적인 지속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비판적 관점: 다만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도전과제로 첨단 BIS/BMS 시스템과 전기버스는 지속적인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통신비, S/W 업데이트, 배터리 교체 등)을 필요로 합니다. 본 문서에서도 이를 위험요인으로 인식하나 키갈리시가 이 비용을 자체 예산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보장이 없어 이에 대한 계획과 출구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며,


<르완다 키갈리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ICT 활용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의 예비조사 보고서를 검토하며, 분명 르완다에 도움이 되는 ODA 사업이라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사업의 성공을 통해 르완다 내 친환경 정책이 확산되고 다양한 투자가 유치되어 미래의 더 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KOICA의 르완다 교통 ODA 사업 보고서를 분석하며, '기획의 논리'와 '평가의 논리'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괴리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프로젝트란 단순히 훌륭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넘어, 그 계획이 최종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을지를 예측하고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평가적 사고(Evaluative Thinking)'가 융합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특히, 저에게 익숙했던 농촌개발 분야가 아닌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과정은 도전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ODA 사업의 성공 기준과 원칙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을 가지며, 다양한 섹터에 대한 이해와 적용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성장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다음에는 본 프로젝트(르완다 키갈리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ICT 활용 그린 모빌리티 서비스 개선사업)의 심층기획조사 결과보고서를 검토하여, 분석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획과 평가의 시각을 아우르는 컨설턴트로서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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