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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파인 Feb 02. 2022

6개월 만에 이사 가기로 했다 (2부)

학교와 집,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

<6개월 만에 이사 가기로 했다 (1부)> 부터 읽고오시면 더 좋습니다


집과 학교를 동시에 알아보기 위해, 우선 많은 정보를 취합했다. 사실 중요한 것은 학교였다. 우리 아이가 어떤 학교에 더 맞을 것인가. 수많은 국제학교가 있었고, 그중 선택을 해야 했다.


'Green Hills Academy'는 주로 현지 르완다 아이들이 다닌다. 현 대통령 부인이 설립했다고 알려진 이 학교는 르완다 정부 관계자나 고위층 자녀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교육방식을 다소 엄하며(strict) 규율이 꽤 세다고 알려져 있다.

'Dove International Montessori School'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몬테소리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린이집 형태로 운영이 되어, 아이들이 직접 장난감이나 교구재로 놀면서 배우고, 만 2세 아이도 등록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들과 연락이 잘 안 되고, 학교 주변 환경이 공사장이었다.

'Discovery International School'도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며 교육방식이 엄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위치가 조금 멀고, 등록금이 다소 비싸다고 한다.

'Kigali International Community School(KICS)'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내는 학교다. 기독교 베이스로 지어진 학교라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보내기도 하며, 선생님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만 3세 이상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다닌다.


학교를 알아보다 보니, 현재 우리 아이가 국제학교에 다니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만 3세, 아직 기저귀도 못 떼었고, 밥을 스스로 먹지도 못하며, 아직은 부모의 품이 더 좋은 아이다.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보냈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른 분위기이니,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는 시기와 장소여야 했다.


KICS 입학 담당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가, 키갈리 내 대형 아파트 단지(Vision City) 내에 어린이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전시티는 현 르완다 대통령이 수도 키갈리 내 안전하고 체계적인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성한 대규모 아파트/주택 단지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대사관, UN, 국제기구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대통령 딸도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비전시티는 사실 우리 가족이 처음 르완다 왔을 때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보가 별로 없었고, 비전시티로 이사를 가기 위해서는 부동산 중개인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직원분의 도움으로 다른 곳에 우선 살게 되었는데, 그 곳도 나름 만족하면서 지냈었다.


2021년 12월 15일, 나와 와이프는 비전시티로 이사 가는 것을 잠정적으로 결정했고, 사람들에게 중개인 업자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연말연초, 약 일주일의 연휴 기간에 매일같이 비전시티에 가서 집 상태를 확인하고 집주인과 협상을 했다. 한국처럼 이미 가격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상황에 따라 협상이 가능한 부분도 많았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고 중개인과의 소통에 어려움도 많이 느꼈다. 약속을 잡았는데도 중개인이나 집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허탕을 치는 날도 있었고, 1년 치 월세를 먼저 주면 계약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중개수수료는 보통 집주인이 중개인에게 월세만큼을 주는 방식인데, 우리가 외국인이라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우리에게 중개수수료를 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중개인도 있었다.


집 상태가 좋으면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웠고, 가격이 맞으면 집주인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떤 집의 식탁은 당구대를 개조해 만들어서 교체해달라 하니 안된다고 하고, 어떤 집은 무슬림 가족 10여 명이 살고 있는 곳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예산과 가고자 하는 지역도 정해져 있어 결정하기 수월했다. 계속 집을 보다 보니, 무엇을 봐야 하고 어떤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르완다에서 6개월 동안 살면서 배운 협상 실력도 있었다.


약 3주 동안 10여 개의 집을 보면서 '우리에게 딱 맞는 집'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수월하게 되지 않자 실망하게 되고, 이사를 하지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본 집은 네팔 출신 UN 소속 의사가 1년여간 거주한 집이었다. 집과 가구의 상태도 좋았고 무엇보다 집주인이 굉장히 합리적이었다.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이것저것 우리의 요청사항을 제안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달 1일(2022년 2월 1일)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보다 조금 더 일찍 들어갈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이제 또 2022년의 시작을 새로운 장소에서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 살면서 한 가지 정말 배운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협상'과 '소통'이다. 한국에 사는 동안, 내가 주도적으로 협상을 하거나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설득하면서 쟁취한 경험이 많지 않았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거나, 시스템이나 절차대로 하다 보면 큰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거나 협의하지 않으면 되려 손해를 볼 때가 많다.


때로는 이 과정이 정말 귀찮고 왜 이렇게까지 얘기를 해야 하나 싶을 때가 많지만, 결국 내가 이곳에 왔다면 배워야 하는 한 가지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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