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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파인 Jan 17. 2022

6개월 만에 이사 가기로 했다 (1부)

우리가 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우리 가족의 르완다 첫 집은 대체로 만족이었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었고, 거실도 넓고 부엌도 일자형으로 되어 요리하기 괜찮았다. Full Funished로 필요한 가구가 거의 다 있어서, 생활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주차공간도 넓었고, 수영장도 있었다. 1층이라 아이와 와이프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살다 보니 느껴지는 불편함도 컸다. 우리 집 바로 옆에 아파트 전체 물탱크 총 10개 정도가 설치되어 24시간 물탱크 작동 소리가 굉장히 거슬리게 들렸다. 밤 시간에 어느 가정에서 물을 쓰기라도 하면, 물탱크 작동 소리가 잠을 깨웠다. 1층이라 창문을 열어놓으면 이웃들이 한 번씩 쳐다보거나, 이웃집 아이들이 인사를 한다. 우리도 인사를 해줄 때도 있지만, 개인 공간에 있을 때조차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 집 난간에 사람들이 서서 통화를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등,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난간 옆에 서서 방귀를 뿡뿡 뀌는 통에 당황스러웠었다. 1층이라 바퀴벌레, 개미 등이 집으로 들어오기 일쑤였고, 도로변 근처라 모래와 먼지도 많이 쌓였다. (이곳 바퀴벌레는 정말 크고 움직일 때 소리도 난다!)


또한 집주인과의 마찰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자주 튀어나왔다. 우리 집과 관련해 연락을 해야 하는 사람만 총 4명이었다. 아파트 전체 관리인, 우리 집만 관리하는 관리인, 집주인, 그리고 집주인 아들. 처음 입주할 당시, 집주인은 자신이 영어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집 관리인을 소개해줬다. 그는 문제가 있을 경우, 아파트 전체 관리인과 주로 소통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전체 관리인이 우리가 입주한 지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직했고 집 관리인은 그때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밤 11시 이후 이동제한이 있던 어느 목요일 밤 10시쯤, 우리 집 앞 수영장에서 3~4명의 젊은 남녀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술을 마시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집에서도 대략 5~6명 정도가 홈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정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12시가 지나도 파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다 혹시 우리까지 피해를 입을까 참았고, 그로부터 1시간 정도 후, 그들은 떠났다. 다음 날, 이 상황에 대해 집 관리인에게 알렸지만 아무런 답변이나 대응이 없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집 전기가 나갔다. 르완다는 사용자가 직접 전기를 충전하여 사용한다. 그래서 전기를 다 사용하기 전에, 미리미리 충전을 해놔야 한다. 하지만 전기가 나간 날에 전기량은 충분했다. 안방과 화장실 쪽만 전기가 나가서, 두꺼비집이 어디 있는지 확인만하면 되었다. 간단한 문제였고, 집 관리인에게 전화를 했으나 역시나 그는 받지 않았다. 몇차례 내 전화를 계속 피한다고 느꼈고, 어쩔 수 없이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최근 있었던 일까지 얘기했다. 자잘한 일들부터 지난번 이웃집 소란까지, 집주인은 집 관리인이 소홀했던 점에 양해 부탁하며, 앞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다음 날, 전기공이 와서 두꺼비집을 올리니, 다시 불이 들어왔다.


결정적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아이가 이제 만 3세가 되니 학교를 보내야 했다. 르완다 수도에는 꽤 괜찮은 국제학교가 몇 군데 있다. 그중 Kigali International Community School, Discovery International School, Dove International Montessori School, Green Hills Academy 등이 있다. 학교마다 등록금과 수업방식, 종교 등이 달라 부모가 잘 알아보고 아이가 잘 적응할만한 곳을 선택해 보낸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어느 학교든 보내기 위해서는 차(car)가 필요했다. 회사차로는 아이를 통학시킬 수 없었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차를 구매하려니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 폐차 수준의 차도 여기에서는 운행을 하다 보니, 중고차를 잘 모르면 낭패 보는 일이 많다) 그리고 차를 사더라도, 와이프가 직접 이곳에서 운전하는 것도 꽤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와이프와 며칠에 걸쳐 밤마다 깊은 토론을 했고, 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학교 근처의 집으로 이사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학교와 집을 동시에 알아보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주어졌다.



- 다음 편 <6개월 만에 이사 가기로 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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