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 온 지 한 달 만에, 사무실에 도둑이 들었다. 내 인생 통틀어 처음으로 도둑을 맞은 것이다.
대범하기 짝이 없는 이 도둑은 일요일 아침 9시, 약 10여 분 만에 노트북 2대, 카메라 1대, 현금 100여만 원을 훔쳤다. 총피해액은 450만 원 정도?
드라이버 하나로 사무실 문 2개를 따고 들어왔다. 정말 대단한 기술자다.
현지 직원의 다급한 전화 한 통으로 휴일을 만끽하고 있던 나의 안락함이 깨져버렸다. 사무실이 열려있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왔지만, 이미 다 털어간 뒤였다. 어찌나 놀랬던지 억 소리도 나지 않았다. 때마침 한국 직원들은 모두 백신을 맞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했었고, 현지 직원도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보안 업체가 있었지만, 도둑은 그들의 동선을 이미 꿰뚫은 듯이 그들의 눈을 피해 사무실로 침입했다. 급히 현지 직원을 소환해 경찰서에 가서 도난사건 조서를 작성하고, 목격자 진술하였다.
경찰 조사팀이 사무실에 와서 현장 조사를 했고, 빌딩 및 오피스 안에 있는 CCTV를 통해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보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지문감식반이 나와서 용의자가 남긴 지문이나 발자국 등을 취합했고, 재차 목격자 진술을 했다.
내부 소행이거나 빌딩 내부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기에 누군가를 의심하기 조심스러웠다. 그 후 2차례 정도 경찰서에 가서 진술했으나, 담당 조사관은 건물 내 이동 인원이 많고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용의자 검거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하.. 경찰이 할 소린가 싶다.
르완다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 안전하다는 것이지, 여기도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인가 보다. 그래도 강도사건은 아니었고, 인명피해는 없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결국 도둑을 맞은 지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용의자는 못 잡았다.
그래서 지금은? 건물주에게 건물 내 보안 문제를 제기해서 부서진 문은 수리했고, 건물 입구 한 곳은 폐쇄했다. 피해 금액 중 일부는 보상을 받기로 했다. 약 6번에 걸친 회의 끝에 이뤄낸 쾌거였다. 역시 열 받으면 영어든 바디랭귀지든 모든 통하는 듯하다.
도둑 맞고 며칠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근데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별의별 경험 다한다고 생각이 든다. 한국에 있었으면 뭐 편했겠지만, 나중에 아들한테 아빠가 아프리카에서 도둑맞은 썰 하나 풀면 또 재밌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