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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파인 Dec 21. 2021

외국인에게 비싸게 받는 판매자, 참 교육!?

외국인 가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타지, 특히 개발도상국에 살다 보면 외국인과 현지인의 대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 우대받을 때도 있지만, 역으로 차별당할 때도 있다.


한국보다 GNI가 낮은 국가, 소위 저개발국가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로는 우리가 왕이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현지인들도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를 이용한다.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거나 제품을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왜 이런 실랑이를 하게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현지에 살다 보면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이 문화나 상황을 그냥 받아들일 때가 있다. 하지만, 가끔 정말 이 상황이 신물 나서 상대방과 싸우기도 하고 언성을 높일 때도 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르완다는 내륙 국가이기 때문에 공산품뿐만 아니라 침대, 옷장, 책장 등 가구들도 상당히 고가인 경우가 많다. 물론 값싼 나무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의자나 책상의 경우에는 싸게 살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현지 시장에서 흥정을 해야 한다.


처음 르완다에 도착해 집에 가보니, 책장이나 신발장이 없어 난감했다. 거의 2달간 페이스북에서 르완다 커뮤니티를 가입해 올라오는 글들을 확인하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가구 상점들을 방문해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드는 제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비교적 값이 싼 것은 너무나 질이 떨어져 살 수가 없었다.


한 번은 괜찮아 보이는 세탁바구니를 판다는 글이 있어 연락을 하니,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오라고 했다. 그 판매자가 판매하는 세탁바구니 종류가 많아서, 다시 한번 대형 사이즈 2개를 원한다고 확인하고 가격도 확정했다. 그리고 다음날, 판매자에게 가니 소형 바구니 조그마한 것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나: Is that the biggest basket? (그게 제일 큰 바구니인가요?)

판매자: No? (아니요?)

나: I already said, I am supposed to buy the biggest one! (아니, 전 제일 큰 바구니 산다고 말했는데요?)

판매자: Oh, It is the biggest one! (아, 이게 제일 큰 거예요!)

나: ......... What??? (...... 네??)

판매자: Well, I won't sell it, bye! (그냥 안 팔래요, 잘 가요!)


정말, 정확히 이렇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부글부글 끓는 짜증을 삭히고,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안 판다는 사람에게, 그리고 필요도 없는 걸 살 수는 없었다.


외국인에게 비싸게 파는 사람을 참 교육하는 방법은, 그냥 안 사는 것 밖에 없는 듯하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그냥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는 대화를 할수록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한들 찝찝한 느낌은 지워지질 않는다.


물론 정말 좋은 판매자도 많고, 외국인들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많다. 가끔 만나는 이상한 사람 때문에 이 나라 국민들이 모두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짜증 나는 일도 슬픈 일도 즐거운 일도 다 마음먹기에 달린 듯하다. 물 흐르듯, 용납할 수는 없지만 이해는 하는, 내가 이 과정 속에서 조금은 큰 사람이 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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