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작가 Jun 11. 2020

거쳐가는 곳이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충성과 헌신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회사 동료를 대상으로 작성했던 C-letter의 일부 내용입니다. 살짝 가공해서 기재합니다.)


1. 내 때는 말이야! 


저 역시 그다지 나이가 많지는 않다고 늘 생각하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상위 20% 이내로 다소 많은 편에 속합니다. 


제가 겪었왔던 사회 초년 시절의 일상의 공기는 여러분들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 저를 포함한 동료의 포부는 붕어빵처럼 닮아있었습니다. 


“저는 이 회사에서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컨설턴트로 성장해, 프로젝트, 고객사, 회사에 헌신하겠습니다. 저의 삶은 회사를 위해 가루가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포부는 너무나 당연했고, 다들 회사에 대한 열정이 한가득인 사람과 경쟁하듯 다퉜습니다. 자정 이전에 집에 간적은 거의 없었고, 일요일에도 거의 항상 일했습니다. 가끔 10시 남짓 집에 갈 수 있을 때는, 이게 무슨 일인지 싶어 급하게 약속을 잡고, 잠시나마의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 발버둥 치곤 했습니다.  


회사의 미래에 제가 있었고, 제가 바로 회사를 책임지는 주역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몇번의 이직을 경험하며, 저는 사회에서 10년 이상 닳고 헤졌으며 지금의 저는 다른 이야기를 건내드리고 싶습니다.  



2. 거쳐가는 곳이어도 괜찮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근무 환경도 크게 변했습니다. 평생 직장은 존재하지 않고, 산업의 변화 속도도 놀랍습니다. 제가 졸업할 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제가 이런 곳에서 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산업이 광속으로 변하고,  회사를 대하는 개인의 태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당연시 되던 내용들이, 지금은 용납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그 변화는 놀랍지만, 그 변화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은 오히려 저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성장에 개인의 헌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헌신은 감사하나, 그 헌신은 일시적이고 한시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보다 개인을 우선시 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행복한 개인들의 총합인 회사도 더욱 행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앞서 얘기했던 개인의 마음가짐은 지금 너무 낯섭니다. 오늘날 회사의 성장에 개인의 헌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헌신은 감사하나 그 헌신은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보다 개인을 우선시 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행복한 개인들의 총합인 회사가 더욱 행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직장 동료와 있는 시간이 일상의 비중은 높습니다. 직장 생활의 비중과 가치는, 자연스레 크고 중요합니다. 어느 순간 직장 생활이 즐겁지 않고, 불행의 밀도가 올라갈 때, 그리고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때는 새로운 선택지를 당연히 고민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우리 회사에 흐르는 특유의 분위기와 문화가 좋았습니다. 지금 부여받은 역할 역시 도전적인 한편, 제게 무한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곳에서의 일상이 행복한 편이며,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고 좋습니다. 만약 이곳에서의 행복이 음의 값이었다면, 저역시 손절하고 새로운 선택을 고민했을 것입니다. 


이는 논쟁의 여지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께 회사에 대한 충성과 주인 의식을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가족과 일상을 둘러싼 소중한 것들의 가치가, 회사의 가치보다 앞섭니다. 그리고 만약 우리 회사보다 더 좋은, 그래서 행복한 기회를 얻는다면 진심으로 행복을 담아 축하해드리고 응원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 관계자에는 고객, 주주, 직원등 다양하게 있으며, 그중에서 특히 직원 여러분들의 행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맡긴 여러분들이며,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떠날 때, 우리 회사에서의 일상이 보람차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동참하고 '헌신'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절대 해서는 안될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