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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가 Jul 07. 2020

연륜의 역설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네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일한지 십수년이 훌쩍 지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나이보다 제가 더 많은 축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100명 남짓의 직원 중에, 저는 20명 이내에 들어가고 있으니 많은 편 맞습니다. 


일 자체에 짬빱(연륜)이 붙어서, 그럭저럭 다양한 환경에 (또) 그럭저럭 무탈하게 넘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왠만한 환경에선, 어느 정도 수준의 결과값을 만들며 페이지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거든요. 


저역시 어느 순간, 경력의 관성으로 그저 편하게 일하며,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학습하는 것을 멀리하며  일하지는 않았나 반성합니다.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지고, 회사 내부/외부의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럭저럭 구축해두면, 큰 어려움없이 묻어갈수 있지 않나 더러 생각했던 것 같네요. 


실제 나이가 들면서, 말빨, 문서 작업, 센스, 관계 등의 역량이 발달하게 되고, 이런 소프트스킬들이 곧 내 역량일 것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전문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단순 관리직의 역할엔 더하겠지요. 이런 제게 뼈 때리는 사설 문구가 있었으니, 아래와 같이 인용하고 싶습니다. 


"나이와 함께 늘어나는 일상의 의무들과 조직에서 맡게 되는 보직들을 핑계 삼아 탁월성에 대한 추구를 포기한 채 조로 (早老)의 삶을 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성과가 줄어드는 이유는 나이 자체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노력을 훨씬 덜 하기 때문이다."

전성기가 지났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어느 순간 저 역시 탁월성에 대한 추구를 포기하고, 그저 세월에 떠밀려가며 무난하게 일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이에 저에게 반성하듯, 채찍질하듯 다짐하고 싶은데요. 


학벌, 경험, 인맥, 정치, 관계의 실력인듯, 역량인듯, 그냥 아무것도 아닌 무엇의 애매모호함으로 일과 사건을 풀어가지는 않겠습니다. 미래를 살피고, 현상의 상처를 제거하는 과정에 고민하고 실행하는데 힘써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지 않으면, 저 역시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부지런히 꾸준히 역량 강화해나가야 오늘의 바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의 산업에 와서 일을 시작할 때,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각종 용어와 기술들에 넋을 놓은 적 있습니다. 제 역할은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니 천천히 하셔도 된다는 이야기에 공포를 느껴,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만져보고 적용했던 것 같네요. 나이와 함께 탁월성에 대한 포기를 당연시하고 합리화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주 예전의 프로게이머 최연성은 인터뷰에서 “과거의 영광에 취한 자는 죽은자”라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 제게 아직 영광의 순간이 오지도 않았지만, 오늘을 살고 쌓이는 역량의 복리에 취해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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