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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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을 다닐 때도 월요일 출근길은 마음이 고되었다. 회사 가는 길에는 건널목이 많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차에 아주 살짝만 치일 수는 없을까, 생각했었다. 그럼 회사에 교통사고 났다고 말하고 출근 안 할 수 있을 텐데. 자해공갈단 같은 상상력을 펼쳤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걸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을 바보 같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누가 나를 콕 찍어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출근은 어느새 괴로운 일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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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편도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이른 새벽에 출발하다 보니 잠이 부족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서서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열차가 도착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눈을 떴던 기억이 난다. 복장이 자유인 회사라서 운동화에 파카를 입고 다녔다. 그래도 새벽길은 무척 추웠다. 경영지원팀은 현업보다는 옷을 단정하게 입어야 하지 않겠냐는 선배의 지적이 있었다. 집에서 옷 입는 것부터 스트레스였다. 타고난 삐딱이라서 옷을 그다지 단정하게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트레스까지 안 받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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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의 출근병을 단번에 치료해준 일이 발생했다. 신규입사자의 웰랜딩 업무를 담당했을 때였다. 그 일을 하기 전까지 월요병은 불치병으로 알고 있었다. 세상에 어떤 회사원이 월요일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출근시간에 신규입사자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월요일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했는데, 그것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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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때 나는 코 앞만 보고 일을 한다. 큰 그림을 못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 마음 보고서에도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사람이라고 적혀있다. 그런 탓에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을 일이 거의 없는데, 내가 했던 일 중에 리더에게 인정받은 유일한 일이 신규입사자 웰랜딩이었다. 나는 그 시절에 그 일이 너무 재밌었다. 월요일 준비가 끝날 때까지는 금요일에 퇴근할 수 없고, 월요일에 휴가도 쓸 수 없었지만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 년 동안 그 업무를 다시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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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잠깐 이후로 다시 월요병에 걸려있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 동호회를 만들었다. 미싱 동호회를 만들고 월요일 점심시간에 정기모임을 한다. 그래서 월요일은 미싱동호회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하고, 아무리 고되더라도 점심시간에는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재미있는 걸 틈바구니에 끼워 넣으면 조금은 헐겁게 월요병에 시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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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건 월요병을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한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뭐 하나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과정을 겪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굉장히 여러 가지 상황을 잘 만났을 때만이 월요병을 날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아주 잠깐이라도 월요일이 즐거웠던 시절을 살았던 걸 행운으로 알아야겠다. 그리고 출근길에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시달리고 있지 않은 현재에 감사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