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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gChiC 항식 Oct 16. 2024

소문난 집 삼경원

며칠 전 원구를 따라 다녀온 노중훈 작가님의 맛집 발자취.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삼경원 소문난 집.


#허지웅쇼 가 막을 내린 지도 어언 1년,

평소 라디오를 즐겨듣지만 그 후로 노작가님의 맛집에 대한 업데이트가 늦어졌다.

오히려 그새 타방송을 통해 노작가님 맛집을 캐내던 원구가 나보다 더 아는 집이 많아졌을 것이다.

소문난 집 삼경원은 그렇게 친구를 좇아 간 오랜 밥집이다. 이곳에서만 십여년을 운영하셨고, 종로 어귀에서만 도합 60여년의 세월 동안 밥과 안주를 내오신 어머님(어쩌면 나는 할머님이라 해야할까)께서 여전히 직접 밥을 지어주신다, 그것도 십여년 전 가격 그대로. 메뉴판을 보다가 가격에서 입이 떡 벌어진다.

벽에는 각종 유명 문인들의 작품과 이제는 고인이 되신 그들의 사진이 여럿 걸려있다.

아직도 저녁만 되면 문인들이 그득하다는 어머님의 말씀, 언제 한 번 저녁 시간에 찾아와 그분들께 글 잘 쓰는 팁이라도 한 말씀 귀동냥 해봐야겠다.


종로에서 일하지 않는 우리가 이곳을 찾은 시각은 오후 2시하고도 30분,

모든 식당이 점심 장사를 마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우리는 염치 없이 찾아뵀지만,

다행히도 어머님의 온정과 함께 #오징어된장찌개 와 #두루치기 를 맞이할 수 있었다.

집 된장의 느낌이 강렬한 진한 국물 속 숭덩숭덩 들어차 있는 오징어, 대파, 감자,

거기에 적절한 청양고추 덕에 매콤하며 깔끔하면서도 구수한 찌개국물.

올해 먹은 된장찌개 중에는 이것이 제일이다.


청고추, 홍고추 예쁘게 섞인 두루치기는 오돌뼈 고기를 사용하셔서 야들야들하니 매콤달콤 잘 볶아진 김치와 아주 찰떡궁합. 콩나물무침이니, 멸치볶음이니, 오뎅이니, 무생채니, 전부 없었으면 서운할 다정한 집밥의 반찬이다.

어머님의 이런저런 이야기 듣다보니 우린 어느새 당신께서 스쳐온 세월을 주마등처럼 구경했고,

그렇게 곁들어진 이야기 맛 속에 소주 한 병은 절로 비워 있었다.

그날 그렇게, 저녁에 낼 반찬이라며 얼마나 매운지 맛 보라시던 꽈리고추멸치볶음에서 영감을 얻어, 오늘 나도 꽈리고추를 볶아보았는데, 영 그맛이 아니구나. 요즘 취사병 시절을 떠올리며 집밥 반찬을 하나 둘 만들어보고 있는데, 어르신들의 손맛을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 것이다.


식사를 다 마친 뒤엔 어머님께서 직접 우리 눈과 귀와 얼굴을 마사지해주시며 눈 좋아지는 비법과 주름 없애는 비법을 가르쳐주셨는데, 이것은 진정 어머님의 비법인지라 함부로 공개할 수 없겠다(궁금하시면 나를 찾아오시라).


그날의 점심은 다소 발을 떼기 아쉬운 감이 있었으니,

다음에는 저녁시간에 찾아가 거나하게 취해서도 나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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