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로 돌아갈 날을 사나흘 앞둔 주말,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으로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다. Marie 아주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Jon 아저씨가 추천해주신 곳이었다. 하얀 모래 언덕이라는 말을 듣고 꼭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일정이 계속 미뤄져 마지막 주말이 되어서야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화이트 샌즈는 산타페에서 남쪽으로 380Km 떨어진 곳에 있다. 뉴멕시코주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인구밀도도 낮아지고 기후도 사막에 가까워진다. 인적이 드문 길을 4시간 정도 달려 일몰을 한 시간 앞두고 공원에 도착했다.
마침 파크 레인저와 함께하는 산책 프로그램이 곧 시작될 무렵이라 우리도 참여해보기로 했다. 따로 예약할 필요 없고 홈페이지에 공시된 시간과 장소에 나타나기만 하면 되었다. 그날은 서른 명 안팎의 사람이 모였던 것 같다. 뉴멕시코 출신의 파크 레인저 아저씨를 따라 모래밭을 걸으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이트 샌즈의 모래가 하얀 이유는 모래가 석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너무 하얘서 언뜻 보면 눈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흑백 사진이나 흑백 TV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스키장 화보 촬영지로도 쓰였다고 한다. 특히 눈이 없는 여름철에 화보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곳에 와서 스키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면 감쪽 같이 스키장이 되었다고.
투명 석고 결정이 풍화되어 하얀 모래 언덕을 이룬 곳은 전 세계에서 화이트 샌즈가 유일하다. 남미 어딘가 한 군데가 더 있긴 하지만 무분별하게 개발된 탓에 모래가 거의 사라지고 없단다. 다행히 화이트 샌즈는 잘 보존되어 있어서 우주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모래 아래로 물이 흐르기 때문에 식물이 살 수 있다는 것과, 특히 물을 좋아하는 미루나무의 위치를 보면 물길을 파악할 수 있다는 등의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알려주셨다. 처음에는 아저씨의 뒤를 바짝 쫓아서 이야기를 듣다가 걸으면 걸을수록 사진을 찍느라 뒤처지다 보니 나중에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산책이 끝나갈 무렵 해가 지기 시작했다. 노란색, 주황색, 보라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따라 모래도 같이 물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몰 중 하나였다.
산타페에서 보내는 마지막 3주는 몸이 아파서 좀 고생을 했다. 잘 회복되질 않아서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화이트 샌즈도 갈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안 와봤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몸이 아픈 것도, 어떤 힘들고 서러운 일들도 그 순간에는 다 잊게 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밤에는 별도 잘 보인다는데 그때는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서 일몰만 본 후에 숙소로 돌아왔다.
화이트 샌즈는 너무 외진 곳에 동떨어져 있어서 여행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규모도 작고 주변에 볼거리도 없어서 화이트 샌즈만 보러 가기엔 좀 애매한 그런 곳이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어서 소문내지 말까 싶기도 했지만 큰맘 먹고(?) 이곳에다 알리기로 했다. 여러분, 기회가 되면 꼭 가보세요. 일몰도 보고 별도 보고 오세요. 정말 정말 멋진 곳이랍니다.
<낮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