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까이

by 황경진

캘리포니아에 처음 살러 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이었다.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탁 트인 하늘이 낯설었다. 공항에서 집으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낯선 하늘을 보면서 먼 이국땅에 온 것을 실감했다. 산타페에 처음 왔을 때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이었다. 뉴멕시코의 하늘은 캘리포니아의 하늘보다도 광활하고 역동적이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하늘을 내다본 적이 있었는지, 이렇게 자주 일몰을 지켜본 적은 또 있었는지. 돌이켜 보면 산타페에서 보낸 날들은 내 인생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날들이었다.


산타페에 도착해 하루 묵었던 호텔은 언덕 중턱 배기에 있었다. 일몰이 가까워지자 차들이 줄지어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궁금해 따라 올라갔다가 언덕 위 산책로를 발견했다.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 가면 전방위로 시야가 트이면서 어린 왕자가 보았을 것 같은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이 장소를 발견하게 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언덕 위에 서 있으면 꼭 스노볼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의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고, 내 시선이 닿는 세상 끝 경계에는 산자락이 부드럽게 이어져 있다. 내가 밟고 있는 땅과 나를 둘러싼 산자락 위로 아늑하게 뚜껑을 덮고 있는 반구 모양의 하늘에선 매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언제나 예쁘고 멋지고 웅장하고 장엄했다.


남편과 나는 수시로 언덕에 올라 하늘을 보았다. 자주 일몰을 보았고, 번개 쇼를 보았고, 달과 별을 보았다. 언덕에는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집 없는 노숙자와 개를 산책시키는 동네 주민이 왔다 갔다. 언제 누가 오더라도 차별하지 않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멋진 하늘을 보여주었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비워지는 동시에 가득 찼다. 겸허해지고 따뜻해졌다.


산타페에서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싶냐는 남편의 말에 어김없이 하늘을 보러 가자고 대답했다. 언덕에 올라 마지막 일몰을 지켜보며 오늘도 참 아름답구나 생각했다. 그날 그 하늘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언덕 위 공원 입구
2018년 6월 27일의 하늘
2018년 7월 15일의 하늘
2018년 8월 28일의 하늘
2018년 9월 10일의 하늘
2018년 9월 11일의 하늘. 산타페에서의 마지막 일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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