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주에는 교회가 많았다. 스페인 제국 시절에 지어진 오래된 미션도 있었고 최근에 세워진 교회도 있었다.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뉴멕시코에서는 예배당 둘러보기를 좋아했다. 푸에블로 스타일로 지어진 교회 종루의 뚫린 구멍으로 하늘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늘이 보이는 종루 구멍이 왜 이렇게 좋았을까 생각해보니 사람보다 너무 크지 않아서인 것 같다. 종탑이 너무 높으면 사람의 눈높이에서는 구멍 속 하늘이 보이지 않게 된다. 구멍 속 하늘이 사라진 교회는 사람에게서도 멀어진다. 너무 크고 화려한 교회에 들어가면 한 사람의 존재가 작아지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대부분 작은 것이듯, 일상의 신앙을 위해 필요한 곳도 땅에 가까이 붙은 작은 예배당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앨버커키의 올드 타운을 방문했던 오후, 도시는 시에스타에 빠져 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길거리가 텅 비어 있었다. 4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나른하고 힘이 쭉 빠져서 쉴 곳을 찾아 헤매다가 흐르는 물소리에 이끌려 작은 채플 앞에 도착했다. 작고 투박한 하늘색 분수에서 물이 흘러넘치고 있었고, 활짝 열린 문 안으로 성모 마리아가 말없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채플 앞 나무 그늘에 앉아 멍하니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히던 중,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가 절뚝이는 다리로 들꽃 한 송이를 들고 채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어렸을 적 배운 성서 내용에 따르면 예수님은 가장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오신댔는데. 그분이 다시 오신다면 이런 모습으로 오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낮은 곳에 있는 자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교회가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