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일을 하든 놀든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잘 새는 사람에게 실수는 일상에 가깝다. 그게 운이 좋으면 나만 알 수 있는 실수일 때도 있거나 때때로 남이 알아야만 하는 실수일 때도 있지만, 여하튼 잦은 횟수로 나의 실수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잠깐 멍 때리는 사이 뭐 하려고 했더라, 황급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그 순간 이미 하나의 실수가 생겨버린다. 처음 마주하고 손에 익지 않은 일은 무엇을 해도 그랬다.
신입으로 회사에 들어가 유독 실수가 많았던 시기에, 과연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실수를 할지 궁금해졌다. 그러고는 세다가 놀라울 정도로 창피해져서 그만두었다. 분명 체크했다고 생각했는데, 보고하러 들고 간 자료에는 수정되지 않은 부분이 유독 커다랗게 보이고, 모형을 만들기 위해 다 잘라 놓은 조각들은 스케일이 왜 안 맞는 것이며, cc를 다 걸어 놓은 메일에 첨부 파일은 왜 빼놓고 전송 버튼을 누르는지. 보고도 넘겼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었겠지만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버리는 일들은 마음을 참 괴롭게 만들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깨달은 결국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이 다시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익숙해지면 한 번에도 넓게 생각하고 챙겨야 하는 것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처음은 모두에게 어려운 법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전에 여러 번 검토하고 설명을 하는 데에 충분하게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차근차근 보는 것.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을 어물쩍 넘어가지 않으려는 수고. 그런 것들이 시간은 오래 걸릴지언정 민망하거나 두 번 일을 하지는 않게 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물론 똑똑하게 업무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여러 번 들여다보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들인 시간만큼 실수는 줄어들고 발견한 실수에 당황하지 않게 된다.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겠지만 실수를 했을 때 역시 중요한 것은 이미 벌어진 실수를 꿰매는 일이다. 시비를 가리는 게 중요할 때도 있지만, 대개 실수의 끝은 그래서 어떻게 앞으로 또 나아갈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려면 너무 크게 쫄지 않아야 한다. (물론 쫄아야 하는 실수도 있지만) 실수에 너무 쫄아버리게 되면 실수를 꿰맬 방법을 잘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방송에서 사람이 죽은 것만 아니면 웬만한 실수들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진짜 그렇다. 웬만해서는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니까 쫄지 말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싶다. 누군가의 실수를 함께 꿰매고, 나의 실수를 내가 꿰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