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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Oct 17. 2022

실수는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

<실수>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 또한 그렇다. 업무 메일을 쓸 때 첨부파일을 깜빡하거나, '고맙습니다'를 '고맙ㅅㅂ니다'라고 오타를 내기도 하고, 전달하기로 한 물건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오기도 한다. 크고 작은 실수들이 생활 속에 만연하다. 실수를 한 나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지만 진정하고 생각해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재빨리 첨부파일을 다시 보내면 되고, 오타는 정정하면 될 것이고, 전달하기로 한 물건은 내일주거나 바쁘면 퀵으로 보낼 수도 있을테다. 쌍방이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할 수준이라면 이건 실수라고 불러도 된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졌다면? 최근 회사에서 대참사가 터졌다. 이런 참사가 일어난 이유는 분명 누군가의 '실수'였을거다. 이 실수로 인해 직원들을 포함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날밤을 샜으며, 한번 터진 문제는 나비효과가 되어 줄줄이 다른 일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누군가는 예견된 문제라고 했다. 이런 참사가 언젠가는 한 번 터질 것이라 예상했다고. 회사는 누군가의 실수 한 번으로 터질 폭탄을 꽁꽁 숨기며 끌어안고 있었던거다. 그러면 이건 실수를 한 사람의 잘못일까? 과연 이 일을 누군가의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도 될 일일까?


얼마전에 나도 큰 실수를 했다. 분명한 나의 실수였다. 메모가 남겨져 있는 걸 확인했음에도 그걸 잊고 실수를 해버렸다.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나 때문에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한 것만 같아 한없이 미안했다. 결국 일은 잘 해결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마음이 힘들었다. 



'실수였어요.'


실수가 생겼다면 재빨리 해결책을 찾아 수습하는 게 먼저일테다. 때론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기도 하니 너무 쫄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실수'라는 이 말이 너무 때론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무섭기도,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하니까. 고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이건 잘못도 죄도 아니고, 그냥 실수니까. 하지만 실수가 낳은 결과가 너무 크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혹은 피해를 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수라는 단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닐 경우, 내 실수는 무어라 말해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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