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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부분 Oct 03. 2022

실수의 끝

<실수>

 일을 하든 놀든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새는 사람에게 실수는 일상에 가깝다. 그게 운이 좋으면 나만   있는 실수일 때도 거나 때때로 남이 알아야만 하는 실수일 때도 있지만, 여하튼 잦은 횟수로 나의 실수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잠깐  때리는 사이  하려고 했더라, 황급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순간 이미 하나의 실수가 겨버린다. 처음 마주하고 손에 익지 않은 일은 무엇을 해도 그랬다.


 신입으로 회사에 들어가 유독 실수가 많았던 시기에, 과연 나는 하루에  번이나 실수를 할지 궁금해졌다. 러고는 세다가 놀라울 정도로 창피해져서 그만두었다. 분명 체크했다고 생각했는데, 보고하러 들고  자료에는 수정되지 않은 부분이 유독 커다랗게 보이고, 모형을 만들기 위해  잘라 놓은 조각들은 스케일이   맞는 것이며, cc  걸어 놓은 메일에 첨부 파일은  빼놓고 전송 버튼을 누르는지. 보고도 넘겼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었겠지만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버리는 일들은 마음을  괴롭게 만들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깨달은 결국 실수를 줄일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이 다시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익숙해지면  번에도 넓게 생각하고 챙겨야 하는 것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처음은 모두에게 어려운 법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전에 여러  검토하고 설명을 하는 데에 충분하게 확신을 가질  있도록 차근차근 보는 .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을 어물쩍 넘어가지 않으려는 수고. 그런 것들이 시간은 오래 걸릴지언정 민망하거나   일을 하지는 않게  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물론 똑똑하게 업무 시간 내에 처리할  있다면 좋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여러  들여다보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들인 시간만큼 실수는 줄어들고 발견한 실수에 당황하지 않게 된다.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어쩔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겠지만 실수를 했을 때 역시 중요한 것은 이미 벌어진 실수를 꿰매는 일이다. 시비를 가리는 게 중요할 때도 있지만, 대개 실수의 끝은 그래서 어떻게 앞으로 또 나아갈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려면 너무 크게 쫄지 않아야 한다. (물론 쫄아야 하는 실수도 있지만) 실수에 너무 쫄아버리게 되면 실수를 꿰맬 방법을 잘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방송에서 사람이 죽은 것만 아니면 웬만한 실수들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진짜 그렇다. 웬만해서는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니까 쫄지 말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싶다. 누군가의 실수를 함께 꿰매고, 나의 실수를 내가 꿰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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